순천만 국가 정원 방문기. // 황우 목사 백낙은.

 

작년부터 순천만 국가 정원박람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 번 방문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었다. 그런데 큰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814일부터 15일까지 공휴일이라 관광을 갔으면 좋겠는데, 어디가 좋겠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래서 순천만 국가 정원을 갔으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더니, 딸도 이에 동의하여 성사되었다. 우리 부부와 딸 3형제, 막냇사위, 그리고 손녀들 모두 열한 명이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차멀미를 많이 하는 편이라 내가 운전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타면 멀미가 심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내가 차를 몰고 가는 편인데, 큰딸이 자기 차로 모시겠다고 하여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결국 그렇게 하기로 했다.

 

운전하는 딸의 옆에는 내자가 타고 나는 뒷좌석에 앉았다. 내가 운전을 할 때는 시야가 좁아져서 산천을 즐길 수 없지만, 뒷좌석에 앉아보니 여유롭게 자연을 구경하면서 명상도 할 뿐 아니라, 토끼잠도 즐길 수 있어 여간 좋은 게 아니다. 다행히 멀미도 나지 않고 말이다.

 

집을 떠난 지 4시간 30여 분 만에 순천만 습지 근처에 있는 어떤 펜션에 도착하였고, 거기서 하룻밤을 묵었다. 온 가족이 한 방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정담을 나눌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였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한 후 서둘러 순천만 국가 정원에 도착하여 동문을 통해 입장하였는데, 우리 부부는 경로우대를 받아 무료입장이었다.

이날 기온이 35도를 오르내리는 터여서 관람 차를 타고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관람차로 한 바퀴 도는데 약 20여분이 소요되었는데, 운전기사님의 안내를 받고 보니 차근차근 더 둘러보고 싶어졌다.

 

이 국가 정원 산업디자인 전이 열리기 전이라 그런지는 모르나 아기자기한 짜임새도 없었고 엉성한 감마저 들었다. 도보로 1시간 코스로부터 8시간 코스까지 다양했지만, 우리 일행은 주로 동쪽에 위치한 정원들을 둘러보았다.

 

실내정원, 식물공장, 꿈틀 정원, 태국, 일본, 영국, 터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고 메타세콰이어길, 억새길, 분재정원, 바위 정원, 호수 정원을 비롯하여 개인이 조성한 정원들이었다.

그 나라마다 특징들이 있지만 모두 다 언급할 수도 없고, 또 내게는 그럴만한 정원 상식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다만 우리나라의 옛 시골 정원을 염두에 두고 일본 정원과 영국 정원을 주로 관찰하기로 했다.

 

일본 정원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앞이 꽉 막힌 것 같이 답답한 감이 들었고, 관람 로에다가 굵은 모래를 깔아서 사람들이 그 모래를 밟을 때마다 자그락거리는 소리가 나서 마치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 같도록 연출 한 것이 독특했다. 일본 정원은 아기자기한 맛은 있었지만, 인공미가 너무 많이 가미되어서 조미료가 많이 든 음식 같아 느끼한 느낌이었다.

 

반면 영국 정원은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정원수로 울타리를 둘러쳐 놓아서 그런지 보수적인 경향성과 이기적인 냄새가 나는 것 같았는데 이런 느낌은 나만의 느낌일는지 모를 일이다. 이런 정원 하나에도 그 민족성이 오롯이 표현되는 것이라 여겨졌다.

 

이런 외국 정원에 비하면 우리나라 정원은 매우 개방적인 것 같다. 정원에 들어서면 앞이 탁 트인 공간과 자연 친화적인 식물(植物) 배치가 마음을 푸근하게 해 주는 듯했다. 이같이 우리 선조들은 정원 하나를 조성하는데도 자연을 사랑한 흔적과 자연을 자연 그대로 보존하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한 것이 특색이라 하겠다.

 

물론 우리나라 정원도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외국의 영향을 받아 많이 변했겠지만, 우리 선조들은 자연 친화적인 흙으로 집을 짓고, 지붕도 짚이나 억새로 만든 이엉을 덮어, 될수록 자연을 왜곡하려 하지 않은 것이 특색이라면 특색일 것이다. 내가 이번에 순천만 국가 정원을 관람하면서 또 하나의 간절한 요망사항이 생겼다.

 

좌청룡 우백호 명당자리에

소나무 아래 정자 하나

오뚝하니 지어 놓고

나무홈통 배다리로

계곡 물 끌어들여

포석정 물길에 물레방아 돌리는

우리 옛 시골 정원이 그립다.

 

모시 적삼 차려입고

합죽선 펼쳐 바람 일구며

십년지기 불러 모아

곡차도 한 순배 돌리면서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며

우리 가락 목청껏 부르는

우리 옛 시골 정원이 그립다.

Posted by 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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