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강아지풀의 외침

삼락 2016. 7. 28. 17:48

강아지풀의 외침.     //   황우 목사 백낙은

 

요즘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열대야 현상으로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그런저런 핑계로 아침에는 늦잠을 자느라 운동을 못하고, 느지막한 오후에 산책을 나선다.

 

표고가 약 300m 정도 될까 말까 한 앞산에 편도 1.6km 정도 되는 임도가 잘 나 있어서 자주 오른다. 별로 찾는 사람이 없어서 나 혼자만의 산책로가 되었다.

산책로 대부분은 나무 그늘이어서 시원하고 산모롱이를 돌 때마다 솔향을 품은 바람이 땀을 씻어 주는 곳이다.

 

임도를 걷노라면 여기저기서 까마귀 소리가 많이 들린다. 오래전이지마는 까마귀가 정력에 좋다는 소문이 나서 까마귀 소리를 듣기가 매우 어려웠는데, 아마도 별 효험을 보지 못한 탓이 아니겠는가 생각한다. 길가에선 멧비둘기 부부가 사랑의 단꿈을 꾸다가 화들짝 놀라 날아가기도 하고, 이름 모를 산새들이 지저귀고 풀벌레 소리도 들린다.

 

임도 변()에 사방공사를 하면서 뿌려놓은 풀씨에 강아지풀 씨가 섞였는지 여기저기에 강아지풀이 무성하다. 강아지풀이 요즘 눈에 잘 띄는 것은 이제 막 출수(出穗)하여 수정을 마친 씨앗이 영글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강아지풀은 볏과로서 외떡잎식물이다. “구미초”(狗尾草) 개 꼬리풀이라고도 부르고, “자주 강아지풀또는 제주 개비등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리고 출수한 이삭의 색깔이 푸른 것은 갯강아지풀이라 하고, 노란 금색을 띠는 것은 금강아지풀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장난감이 별로 없었던 시절이라, 금강아지풀을 만나면 그 이삭을 따서 손바닥에 올려놓고 워리워리, 오요오요하고 부르면서 흔들면 졸랑졸랑 꼬리를 흔들며 앞으로 달려오는 꼴이 우습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또 그 이삭을 반쯤 쪼개서 코 밑에 끼우고 에햄에햄 소리를 내며 양코 쟁이 노릇을 하면서 거드름을 피기도 하고, 장난삼아 친구의 옷 속에 집어넣으면 자꾸만 안으로 파고들어가 간지러워 하는 친구를 보고 깔깔대던 때가 어저께 같은데 세월이 무상하다. 그 때 그 친구를 다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하는 상념에 젖는다.

 

그리고 우리가 어린 시절은 절대빈곤의 시절인지라 잘 익은 강아지풀 이삭을 따다가 절구에 찧어 좁쌀이나 다른 알곡에 썩어 밥이나 떡을 해먹기도 했었다. 그 때 일을 생각하며 사색에 젖어 있는 이 늙은이 귀에 강아지풀의 외침이 들린다.

 

여기저기 온 들판에

강아지풀 이삭들이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외치는 소리 바람결에 퍼진다.

 

잘 익은 강아지풀

그 이삭 뜯어다가

좁쌀이나 기장에 섞어

밥이나 떡을 해먹었던

보릿고개 시절도 있었는데

 

지나치게 풍요로워지고

소비문화가 극에 달한 오늘

흔전만전 하는 우리네 삶을

꾸짖는 꾸지람일 게다.

 

* 기장 : 볏과의 한해살이풀로 나서((糯黍)라고 하는데, 수수와 비슷한 곡류이다.

열매는 밥····과자 따위의 원료나 가축 사료로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