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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요"와 "세요"

삼락 2017. 8. 14. 16:39

게요세요 // // 황우 목사 백낙은. 할게요

 

내가 요즘 안과와 한의원에 더러 갈 일이 있었다. 옛날과 달리 의사나 간호사들이 모두 친절하고 싹싹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요즘 간호사들이 정체불명의 단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늙은이가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때로는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할 때도 있고, 어떨 때는 웃음 참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예를 들면 게요라는 말과 세요라는 말의 오용이다.

 

어떤 간호사가 내게 침대로 올라갈게요.”라고 했다. 내 나이 팔순이지만 아직은 그래도 눈치라는 게 있어서 나를 침대로 올라가라는 거구나 하고 침대로 올라갔다. 그랬더니 간호사가 말하기를 바로 누울게요.”라고 했다.

 

여기서 게요는 자기가 무슨 일을 하겠다는 말이고, “세요는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하도록 지시하는 말이라는 것을 모를 리 있겠는가? 그런데 그것도 구별하지 못한다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안과의 간호사나 한의원의 간호사가 다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니 아마도 같은 학교에 다녔거나 같은 선생님에게 배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요즘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신종언어는 기성세대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몇 가지 예를 들면,

조낸 : 매우 많다는 의미로 쓰인다. (비속어에서 비롯된 형태)

금사빠 :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십장생 : "십 대부터 장래를 생각해야 한다."는 뜻의 줄임말.

훈남 : 못생겼지만, 정이 가는 남자를 일컫는 말.

볼매 : 볼수록 매력이 있다는 뜻.

안습 : 안구에 습기 차다. 슬퍼서 눈물이 난다는 뜻.

안쓰 : 안구에 쓰나미가 치다. 안습이라는 말보다 더 눈물이 밀려올 때 쓰는 말.

에이스 : 엉뚱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비꼬아 일컫는 말.

완소 : "완전히 소중하다"의 줄임말.

기포 : "기말고사를 포기하다"의 줄임말.

: 얼라리, 얼라리요의 줄임말로 놀랐을 때 쓰는 감탄사.

단무지 : "단순, 무식, G"의 줄임말로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욕할 때 쓰는 단어.

개매너 : "매너가 개 같다"는 뜻.

IBM : 이미(I) 버린(B) (M)의 약자로서 술이나 담배 등에 절어 폐인이 된 사람.

오떡순 : 오뎅, 떡볶이, 순대의 줄임말.

특공대: 특별하게 공부도 못하면서 머리만 큰 사람.

갈비 : 갈수록 비호감.

안여멸 : 안경+여드름+멸치란 말을 줄여서 쓰는 말.

닭질 : 닭처럼 쓸데없이 왔다 갔다 하는 행위()의 줄임말.

디비(DB) : 청소년들이 어른의 눈을 피해 만든 언어로, 담배를 가리키는 말.

야자; 야간에 하는 자율학습 등등이 있다.

 

얼마 전에 어떤 유명 연예인이 방송에서 '존나'라는 말을 했다고 해서 항간이 시끄러웠다. 그 외에도 쪽팔린다” “대박” “대빵” “뽀록나다등등의 말들이 공공연히 사용되고 있다. 우리 집에서도 할아비가 어떤 놀라운 이야기를 하면 손자들이 무심코 이라고 응수한다.

 

한 수 더 떠서 방송에서도 이런 비속어를 따라 하거나 아니면 줄임말을 사용하는 것이 보편화 되었다. 예를 들면 이만갑이제 만나러 갑니다.”의 줄임 말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종편종일 편파방송의 줄임말이다. 풀이를 해주어야 알지 그렇지 않으면 무슨 뜻인지 어떻게 알겠는가?

 

이런 정체불명의 비속어들이 우리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으며, 세계 유일의 과학적 언어인 한글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언어 질서의 파괴는 물론, 세대 간 대화의 단절을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젠 바른말 국어사전 말고 비속어 사전이 따로 나와야 서로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러므로 교육계에선 명심하고 우리말 바로 쓰기부터 가르쳐야 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