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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와 응답.

삼락 2020. 12. 29. 19:55

* 기도와 응답. // 황우 목사 백낙원.

 

나는 열세 살 때 예수를 믿었고, 신학교를 졸업한 후, 1964년도부터 전도사로 재직하다가 서른세 살이 되는 1971816일 목사 안수를 받았다. 그 후로 40년 가까이 목회를 하다가 2004322, 65세에 자원 은퇴를 했다. 40여 년간 목회를 하는 동안 무슨 일인들 없었겠으며, 어떤 기도를 안 해 보았겠는가마는 즉각적인 응답을 받은 기도는 몇 안 되는 것 같다.

 

그런데 가끔 나는 기도한 것마다 바로 응답을 받았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샘이 나기도 했다. 그때마다 나는 왜 기도의 응답을 받지 못하는 걸까? 내 기도에 간절함이 없어서 그런가 하는 의구심이 생겨서, 때로는 금식기도를 하거나, 기도원에 가서 밤새워 부르짖어 보기도 했고, 밤중에 혼자 높은 산에 올라가 목이 쉬도록 소리쳐 기도도 해 보았지만, 초가집 굴뚝에 연기처럼 좀처럼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그냥 사라지고 마는 것이 같았다. 그래서 하나님이 원망스러울 때도 한두 번이 아니었고, 낙심될 때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수십 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 그때 과연 내가 어떤 기도를 드렸고, 또 어떤 응답을 받았는가를 가만히 되짚어보니, 응답을 받은 것이 너무나 많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고, 감회가 새롭기만 하다.

 

내가 전도사로 재직할 때였다. 총회 선교교육원에서 주최하는 어떤 세미나에 참석한 일이 있다. 거기서 자기가 바라는 소원과 기도 제목을 20가지 정도를 적어 보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아마 그 소원도 장, 단기로 나누어, 10년 이내에 이뤄졌으면 하는 소원과 더 장기적으로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는 소원으로 나뉘어 있었던 것 같다.

 

그때 내가 적었던 20여 가지 소원을 지금 다 기억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너무도 간절했기 때문에 지금도 내 기억에 남아 있는 몇 가지가 소원과 기도 제목이 있다.

1. 목사가 되게 해 주십시오.

2. 성지순례를 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 당시로는 감히 꿈도 꿀 수 없던 것이다.

3. 훌륭한 설교가가 되어 설교집을 출간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4. 훌륭한 부흥강사가 되어 세상을 바꿔 놓게 해 주십시오.

5. 시인이 되게 해 달라는 당돌한 기도도 했던 것 같다.

6. 자가용차도 소유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 외에도 교회와 가정, 그리고 자녀에 관한 소원도 적었던 것 같은데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와서 뒤돌아보니 그 기도가 하나 빠짐없이 이뤄진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큰 틀에서 볼 때 이미 많은 기도를 응답받았다는 것을 깨닫지 않을 수가 없다.

 

목사가 되게 해 주십사 하는 기도는 그 기도를 시작한 지 만 20년 만에 이뤄졌으며, 그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은 물론 소아시아까지 성지순례를 했다.

그리고 훌륭한 설교가는 되지 못했지만, 설교집도 출간했고, 문단 세 곳에서 시와 수필로 등단하여 두 권의 시집과 네 권의 수필집을 출간했다.

 

그리고 베델성서연구 부교재 전편과 후편을 발간했다. 그리고 또 훌륭한 부흥강사는 되지 못했지만 67 교회에 부흥회를 인도했으며, 승용차도 이것저것 타 보았고, 외국산까지 소유해 보았다. 기도를 한 후 내가 어떤 제목으로 무슨 기도를 했는지도 모르는 자질구레한 기도는 응답받지 못했지만, 큰 틀에서 보면 많은 기도를 응답받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감개무량(感慨無量)이다.

 

요즘도 내 형편을 잘 아시는 주님께서 합력하여 선을 이루실 거라는 생각도 하지만, 살아 있는 동안 내가 해야 할 기도가 생각이 났다. 그 기도는 내가 세상을 떠날 때 많은 고통을 당하거나, 자녀들에게 많은 괴로움과 피해를 주지 않고, 곱게 세상을 떠나게 해 주십시오 하는 기도이다.

 

옛 어른들도 어떻게든 자는 잠에 가게 해 주십시오.”라고 입버릇처럼 되뇌이는 것을 보았는데, 그때는 이상하다고 생각하거나 야속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젊어서는 이 세상에 천년만년 살 것이라고 여겼었는지 이 기도를 하지 않았다. 이제 나이가 들고 보니 꼭 필요한 기도인 듯하다.

 

엘리야처럼 회오리바람을 타고 떠나지는 못한다고 해도, 사람들에게 아무개 목사는 죽음 복을 타고났네!”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기원은 우리 아버지께서 들어 주시리라 믿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