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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지딴 추어탕 이야기.

삼락 2015. 9. 25. 10:36

* 꼭지딴 추어탕 이야기. // 황우 목사 백낙은.

 

 몇 달 전에 우리 집에서 약 3~400m 거리에 꼭지딴 추어탕이라는 추어탕 집이 하나 생겼다. 그 이름도 특이하고 또 그 길은 내가 늘 자전거를 타고 지나다니는 곳이라 한번 가보고 싶었지만, 가까우니까 오히려 차일피일하다가 두어 달이나 지나서야 우리 집에 손님이 오셔서 대접하기 위해 그 집을 갈 기회가 생겼다.

 

 옛날에는 소나무 숲으로 우거진 가정집이었는데 그곳을 식당으로 개조했지만 도시의 여느 식당과는 달리 초라한 한 시골식당이었다.

 추어탕을 한 그릇 시켜 놓고 주인에게 꼭지딴 추어탕이라는 말의 의미를 물었다. 어떤 분들은 그것도 몰라 물었느냐고 핀잔하실지 모르나 솔직히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주인아주머니께서 기다렸다는 듯이 아주 그럴듯하게 설명을 하는 것이었다.

 

 옛날에는 거지나 딴꾼들의 우두머리를 꼭지딴이라고 했단다. 그래서 꼭지딴 추어탕이라는 말은 딴꾼의 우두머리인 꼭지딴을 위해 특별히 잘 끓인 해장국을 말하는 것인데, 나중에 꼭지딴 추어탕으로 이름이 바뀌었으며, 그 추어탕이 하도 유명해져서 임금님에게도 진상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러한 방면에 지식도 상식도 없는 나로서는 매우 낯 깎이는 일이었고 부끄럽기도 했지만, 세상에 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하는 생각을 하면서 좋은 이름이라고 칭찬을 하고 난 다음 추어탕을 맛있게 먹고 돌아왔다.

 

 집에 오기가 바쁘게 인터넷을 살펴보았더니 다음과 같은 내용이 올라 있었다.

* 딴꾼 : 포교 밑에서 염탐꾼으로 도둑을 잡는 일에 끄나풀 노릇을 한 사람.

* 꼭지딴 : 딴꾼들의 우두머리. 은딴이라고도 하는데 역시 딴꾼의 두목을 일컫는 말.

* 퉁딴 : 지난날 절도 죄인이 출옥한 뒤 포도청의 딴꾼이 된 사람.

예전에는 복청교 꼭지딴, 서소문 꼭지딴 등 다섯 개 정도의 꼭지딴이  있었다고 한다. 조직이 없는 거지들보다 이러한 꼭지딴에 소속된 거지는 엘리트 의식까지 가지고 있는 거지들로서 위세가 등등했다고 한다.

 그리고 못된 짓을 하는 자들에게도 저희끼리 지켜야 하는 의리나 질서가 있음을 비유해서 이르는 말로 도둑에도 의리가 있고 딴꾼에도 꼭지가 있다는 속담도 게재되어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어릴 적 생각이 났다. 옛날에는 워낙 가난하게 살았기  때문에 거지들이 많았다. 아침저녁으로 꼭 한두 명씩의 거지들이 찾아와서 밥을 빌어가곤 했다.

 만약 결혼식이나 초상이 나면 어떻게 알았는지 떼거지들이 찾아와 집안 한쪽 구석 자리에 아예 진을 치고 그 잔치가 끝날 때까지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잔치에 방해되지 않도록 거지들을 미리 불러 푸짐하게 대접을 하는 것을 거지잔치라 하는데, 거지잔치를 한 후에 거지 두목에게 잘 부탁해 놓아야 그 잔치가 평화롭게 넘어갔다. 그렇지 않으면 거지들이 행패를 부려 잔치 기간 내내 시끄러웠던 기억이다. 그 중에도 거지 두목은 위세가 등등해서 만약 그들을 홀대하거나 푸대접을 하면 나중에라도 해코지를 하곤 했던 기억이 새롭다.

 

 옛날 한양의 그 해장국집도 장사에 방해되지 않게 하려고 거지 두목을 특별히 잘 대접했을 것이라 여긴다. 그래서 꼭지딴을 잘 대접해 보낸 것이리라. 그래서 그 서민음식인 추어탕이 임금님에게까지 진상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름의 뜻을 알고 보니 속절없이 내가 거지 두목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묘한 감정이었다. 어떻든 정갈한 반찬에 푸짐한 추어탕을 한 그릇 맛있게 먹고 보니 옛날 임금님도 부럽지 않았다.

 

 언제 다시 기회를 만들어 가을 보양식의 진수라 할 수 있는 꼭지딴 추어탕을 제대로 한 번 음미해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이번 일로 인해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어디 가서 많이 알고 있다고 고개 처 들고 거드름을 피우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다. 죽을 때까지 언제나 겸손하게 고개 숙이고 배우면서 살아야지 하는 생각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