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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익장 문장대에 오르다.

삼락 2015. 10. 28. 15:41

노익장 문장대에 오르다.   // // 황우 목사 백낙은()

 

 

 

 

 

 

 

내가 며칠 전부터 몸살을 앓았다. 그래도 우선 몸을 추서려 교회 모리아 산악회원들과 함께 속리산 관광을 나섰다. 내 생애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어코 문장대에 오를 것을 굳게 다짐하고 1026일 아침 630분에 출발했다. 포항 대구 간 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 그리고 중부내륙고속도로를 거치는 220km의 여정이었다.

가는 길이 순조로워 920여 분 경에 속리산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목표는 해발 1,054m인 문장대로 정하였으나, 6km에 편도만 3시간 10여 분이 소요되는 만만찮은 코스였다. 법주사 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하여 세심정을 거쳐서 가는 최단 코스다.

마침 월요일이라 등산객들은 많지 않았고 날씨도 쾌청하고 바람도 시원했다. 젊은 연인들이 현대적인 복장과 장비를 갖추고 우리 부부를 앞질러 가기 시작했지만, 우리 부부는 늘 한결같은 보조로 서서히 등정을 계속하였다.

 

중간지점인 홀딱 고개에서는 등반을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힘들여 여기까지 올라온 것이 아깝고, 내 생애 마지막일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 문장대 등반은 이번이 네 번째인데, 신학교 졸업여행을 이곳으로 왔었고, 그 후로도 한 번 왔었지만 모두 40여 년 전의 일이다.

그때는 오늘과 같은 좋은 옷도 없을뿐더러 좋은 등산화도 없었으며, 먹거리도 옳지 않아 주먹밥 한 덩어리였다. 신발도 집에서 신고 다니던 구두를 신었고, 나무 지팡이 하나 구해서 짚고 올랐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 요즘엔 멋진 등산복에 멋쟁이 고글, 그리고 최신식 등산화에 배낭까지 메고 쌍지팡이까지 짚고 산을 오르는 모습은 마치 히말라야를 등정하는 전문산악인 같은 완벽한 모습들이다.

우리 부부가 등반한 지 2시간 50여 분 만에 문장대에 도착했다. 등산로를 잘 다듬어 놓았고, 어려운 코스에는 계단도 잘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옛날에 비하면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다.

 

40여 년 전을 생각하며 세월의 덧없음을 안타까워하면서 사진 몇 장을 찍은 뒤 문장대 바로 밑에 있는 벤치에서 싸가지고 간 점심을 먹었다

집사람이 이것저것 많이 챙겨서 반도 못 먹고 다시 짊어지고 내려와야 했다. 내려오는 길에 가장 나이가 들어 보이는 분을 만나 연세가 얼마냐고 물었더니 내일 모래가 일흔입니다라고 대답하기에 나는 일흔 여덟입니다. 힘내십시오.”라고 말해 주었다. 오는 길에 법주사에 들렀는데 옛 모습 그대로인 것도 있지만, 대형 미륵불이라든지, 다른 건물들이 많아 생겨 생소하기까지 했다.

 

다리를 끌다시피 하며 주차장에 도착하니 우리 일행 30여 명 중에 문장대를 다녀온 사람은 우리 부부뿐이었다. 4시에 귀가를 서둘렀다. 그런데 가든 날이 장날이라는 말과 같이 우리가 모처럼 속리산을 다녀오는 날 상주 터널 시너 차 폭발 사고가 일어나서 고속도로가 완전히 차단되었다. 그래서 고속도로가 주차장이 되고 말았다.

한 시간도 넘게 고속도로에 꼼짝없이 갇혀 있다가 겨우겨우 남상주 요금소로 빠져서 지방도와 자동차 전용도로 등을 이용하여 동김천으로 경부 고속도로에 올렸다. 어디를 가나 자동차가 만원이다. 우리나라가 대단히 잘 사는 나라이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게 하였다.

 

자동차 안에서 카카오톡으로 가족들과 대한문인협회 대경 지회 문인들에게 문장대 등반 사진과 상주 터널 폭발 사건 여파로 인한 고속도로 상황을 전하면서 분장하나 건지려 문장대에 갔다가 문장은커녕 시어 하나도 못 건지고 하산 중이라는 문자를 보냈더니 어떤 여류 시인이 며칠 후면 문장이 술술 나올 것입니다라는 답장을 보내 왔다. 그래서 내가 농담으로 나는 술을 못하는데 술술 나오면 어쩌죠라고 했다. 다른 시인 한 분이 대리 술꾼 여기 있습니다. 언제든지 불러만 주십시오.”하고 답했다. 실시간으로 서로의 의사를 주고받을 수 있는 손 전화야말로 얼마나 좋은 파발마인지 모르겠다.

 

오다가 식당에 들려 저녁 식사를 하고 집에 도착하니 9시 경이었다. 되짚어 생각해 보니 백두산, 한라산, 금강산, 지리산, 소백산, 무등산, 성인봉, 문장대, 울산바위 등을 등정했으니 여한도 없다.

이번에 늘 그리워했던 속리산 문장대를 다시 등정했으니 다음 목표를 어디로 할까 생각하다가 설악산 울산바위로 정했다. 울산바위도 젊었을 때 몇 번 올라간 적이 있지만 내 생애 마지막으로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기 때문이다. 내년 봄쯤 날씨가 따뜻하면 꽃구경도 할 겸 한번 실행해 볼 생각인데 하늘이 허락할는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