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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웅박 신세

삼락 2015. 10. 27. 17:29

뒤웅박 신세 // 목사 백낙은().

 

행여 달님 총애 받을까 하여

초가지붕에 공중선(空中 線) 펴놓고

밤마다 순백의 정열 터트리지만

새초롬히 새벽 찬이슬 맞아

꽃잎 닫아 버리는 박꽃의 비애.

 

해 지고 달뜨는 세월

넝쿨에 매달린 조막손

희망 부풀려보지만

손톱에 찔리는 아픔

오물쪼물 박나물이 애련하구나.

 

서리 엉겨 가을이 몸져누우면

참나무 장작불 가마솥에 삶아

표주박 만들어 두멍에 띄우고

구멍 뚫어 툇보에 매다니

이리저리 대롱대롱 뒤웅박 신세.

 

* 공중선(空中線) : 전파를 송·수신하기 위해 공중에 세우는 도선 장치. (antenna)

* 뒤웅박 : 박을 쪼개지 않고 꼭지 근처에 구멍만 뚫고 속을 파낸 바가지.

* 툇보 : 툇기둥과 안 기둥에 얹힌 짧은 보. 퇴량(退樑).

* 뒤웅박 신세 : 입구가 좁은 뒤웅박 속에 갇힌 팔자라는 뜻의 속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