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와 멍에.
* 명예와 멍에. // 황우 목사 백낙원.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에 나의 모 교회인 금릉교회에서 시무할 때 고등학생이었던 사람이 서울에서 경찰공무원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 경감으로 승진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 왔다. 반가워서 ‘그 직위는 명예인 동시에 멍에이므로 겸손하게 잘 수행하라’는 축하 문자를 보냈다. 사람이 자기가 가진 직분을 명예(名譽)로 아느냐 아니면 멍에로 아느냐에 따라 그 운명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옛말에도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이름을 남길 것인가가 대단히 중요하다. 선하고 아름다운 이름을 남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악하고 추한 이름을 남기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명예로운 이름을 남길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關鍵)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고 장관이 되거나, 교회에서 목사가 되고 장로가 되는 것은 대단한 명예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자기에게 맡겨진 그 직분을 명예로만 알면 결국 교만하여져서 권위주의자가 되고, 사람들 위에 군림하게 될 뿐만 아니라, 그릇 행하게 되는 것이다.
그 직분은 수십 년 동안 헌신한 결과로 주어진 직책들이기 때문에 명예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직책은 5천만 국민이나, 하나님이 메워주신 멍에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내가 어떤 교회에 부임할 때마다 당회원들에게 ‘목사나 장로는 명예가 아니라 멍에입니다.’라는 말을 하곤 했다. 그런데 교회에서 목사를 비롯한 교직자들이 이 사실을 망각하고 경거망동하므로 걸림돌이 되거나, 부끄러운 이름이 되는 것을 수없이 많이 보았다.
그리고 요즘 목회자들이 주일마다 폭이 좁고 긴 숄의 일종인 스톨을 착용한다. 이것은 19세기 중엽 왕정복고 시대부터 착용한 하나의 두르개이다. 이 스톨을 두르는 이유는 목사의 권위를 나타내기 위함이거나, 아름답게 보이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본래 소나 짐승의 목에다 두르는 멍에를 상징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메워 주신 멍에를 메었다는 표시요 상징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신부나 목사들이 착용하는 ‘스탠딩 카라’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목사요 신부라는 것을 표시하거나,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다. 역시 그것도 소나 개 따위 짐승의 목에 두르는 굴레, 즉 ‘목사리’를 의미하는 것이다. 주님이 이끄는 대로 움직일 뿐 아니라, 그 뒤에서 줄을 쥐고 계시는 분이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런데 목회자들이 착용하는 스톨 색깔도 그 의미를 잘 몰라서 그런지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결혼식 주례를 하면서 붉은 스톨을 착용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왜 붉은 피를 상징하는 스톨을 결혼식장에서 착용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누구나 직책의 고하를 막론하고 우리에게 맡겨진 그 직책이 명예(名譽)이기 앞서 멍에라는 사실을 바로 인식하고, 낮은 자리에서 겸손히 봉사할 때, 하나님의 생명책과 이 역사에, 거룩하고 아름다운 이름으로 기록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