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질고 고약한 놈과 싸워 이기다.
* 모질고 고약한 놈과 싸워 이기다. (2019년 7월 29~30)
오늘은 병원에 입원하는 날이다. 여러 가지 검사를 해 보고 그 다음 치료를 계획하기 위해서다. 아내도 병원에 가는 날이라는 것을 아는지 아침 일찍부터 눈을 뜨고 있었다. 어렵게 시간을 맞춰 병원에 입원하여 X-ray 와 피검사, 그리고 근전도 검사, MRI 까지 찍었다. 무슨 놈의 검사가 그리도 많은지! 그 방사선 양이 피폭 수준이라는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30일 오전에 밤새워 엄마를 간호한 딸들 밥과 반찬을 준비해 가지고 병원으로 갔다. 아내가 지난밤에는 기침도 하지 않고 땀도 흘리지 않은 채 잘 잤다고 한다. 우리 집 안방의 구조를 좀 변경시켜서라도 아내가 편히 잘 수 있도록 노력해 보아야겠다.
오후에도 다시 병원으로 가서 서너 시간도 넘게 기다렸더니 의사가 와서 脊髓(뇌에 연결되는 긴 관상의 신경 중추)를 통해서 뇌에 고인 물을 빼 본다는 것이다. 이 척추를 통해서 물을 빼는 작업은 상당한 고통을 동반한다고 정평이 나 있기 때문에 물을 빼는 동안 나는 안절부절, 기도하는 마음으로 병원 복도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초조한 마음을 달랬다.
한 시간쯤 지나니까 물을 빼는 작업이 끝났지만 4시간 이상 머리를 쳐들어선 안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10시 반은 넘어야 식사를 투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큰 고통을 참아주는 아내가 눈물 나도록 대견스럽다.
그 중에도 반가운 소식은 그 지긋지긋한 슈퍼박테리아란 놈이 9개월도 넘게 아내에게 빌붙어 있다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사라졌다는 소식이다. 아내가 그 모진 놈과 싸워 이겨준데 대해 고맙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다. 그리고 이 슈퍼라는 놈을 물리친 우리 가족들의 노고에 치하를 하고 싶다. 뿐만 아니라, 그 악착같은 고약한 놈을 이길 수 있도록 우리 가족들에게 인내력과 힘을 주신 우리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딸도 퇴근하고 병원으로 와서 엄마를 들여다보고 “엄마! 오늘 고생했어!” 라고 하면서 눈시울을 붉힌다. 조금 더 있다가 나는 집으로 돌아왔지만, 아내를 병원에 입원시켜 놓았고, 또 간병인이 아니라 딸들이 병실을 지키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