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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리 연정

삼락 2015. 7. 19. 20:53

무수리 연정 // 황우 목사 백낙은()

 

해님도령 달님 찾아 서산으로 기울고

한적한 시골 마을 초가삼간에

어슷어슷 어둠이 깊어지면

납덩이처럼 적막이 내려앉는다.

 

멀대같은 무수리 몸뚱어리

키다리 내시가 받쳐주지만

간택 받지 못한 서러움에

속심지만 태우는 무수리 눈물.

 

타는 속 몰라주는 임

야속하기만 한데

닦을 길 없는 눈물

대야에 차고 넘쳐 농()으로 엉기고

 

임의 얼굴 보고픈 일심(一心)

어둠 쫓으려는 애련한 싸움

사랑고백 한 번 하지 못한 채

밤새워 봉화만 올리는 무수리 연정.

 

* 무수리 : 고려·조선 때, 대궐에서 나인의 세숫물 시중을 들던 여자 종.

             여기선 촛불을 일컬음.

* 내시 ; 환관(宦官) 내관. 불알이 없는 사내를 말하는데 여기선 촛대를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