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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가자.(영랑 김윤식)

삼락 2021. 12. 16. 16:00

바다로 가자. (영랑 김윤식)   //    황우 목사 백낙원.

바다로 가자 큰 바다로 가자
우리 인제 큰 하늘과 넓은 바다를 마음대로 가졌노라.
하늘이 바다요 바다가 하늘이라
바다, 하늘 모두 다 가졌노라.
옳다! 그리하여 가슴이 뻐근치야,
우리 모두 다 가자꾸나. 큰 바다로 가자꾸나.

우리는 바다 없이 살았지야. 숨막히고 살았지야.
그리하여 쪼여 들고 울고불고 하였지야.
바다 없는 항구 속에 사로잡힌 몸은
살이 터져나고 뼈 퉁겨나고 넋이 흩어지고
하마터면 아주 거꾸러져 버릴 것을
! 바다가 터지도다. 큰 바다가 터지도다.

쪽배 타면 제주야 가고 오고
독목선(獨木船) ()섬이사 갔다 왔지.
허나 그게 바달러냐.
건너뛰는 실개천이라.
우리 삼 년 걸려도 큰 배를 짓자꾸나.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

우리 큰 배 타고 떠나가자꾸나.
창랑을 헤치고 태풍을 걷어차고
하늘과 맞닿은 저 수평선 뚫으리라.
큰 호통 하고 떠나가자꾸나.
바다 없는 항구에 사로잡힌 마음들아,
툭 털고 일어서자. 바다가 네 집이라.

우리들 사슬 벗은 넋이로다. 풀어놓은 겨레로다.
가슴엔 잔뜩 별을 안으려마.
손에 잡히는 엄마별 아기별
머리 위엔 그득 보배를 이고 오렴,
발아래 좍 깔린 산호요 진주라.
바다로 가자. 우리 큰 바다로 가자.

 

이 시는 영랑 김윤식 시인께서 194787일 민중일보에 게재한 시이다. 아마 이때는 해방된 지 얼마 안 되어 많은 이념적 혼란이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모두가 안으로 눈을 돌려 자기 이익 챙기기에 바빠 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선견자 적인 예지로 더 넓은 세계를 바라보라고 절규하는 외침이라 하겠다.

 

바다로 가자 큰 바다로 가자.
우리 인제 큰 하늘과 넓은 바다를 마음대로 가졌노라.
하늘이 바다요 바다가 하늘이라.
바다 하늘 모두 다 가졌노라.
옳다 그리하여 가슴이 뻐근치야!
우리 모두 다 가자꾸나. 큰 바다로 가자꾸나.

시인은 우리를 향하여 바다로 가자고 외친다. 여기서 말하는 바다나 하늘은 모두 해방으로 인하여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자유와 평화, 그리고 더 넓은 세계를 뜻하는 것이리라. 우리 민족이 그렇게 간원했던 그 자유와 독립을 얻었다. 가슴이 터질 것같은 감동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 어디에 드러누워도 내 집이요 내 안방이다. / 그러나 거기에 안주하지 말라 한다. / 더 큰 바다가 있다고 한다. / 더 넓은 세계로 나가자 한다.

 

우리는 바다 없이 살았지야. 숨막히고 살았지야.
그리하여 쪼여들고 울고불고 하였지야
바다 없는 항구 속에 사로잡힌 몸은
살이 터져나고 뼈 퉁겨 나고 넋이 흩어지고
하마터면 아주 거꾸러져 버릴 것을
! 바다가 터지도다. 큰 바다가 터지도다.

 

영랑의 고향은 강진인데 바닷가이다. 그런데 왜 바다 없이 살았다 했을까? 그렇다. 일제 치하의 억압을 말한다. 일제의 치하에서 울고불고 숨 막히는 삶을 살았었다.

바다 즉 자유가 없는 항구에 갇혀 살았고, 이 강산 이곳저곳에서 일제에 항거하다가 고문을 당하여 살이 터지고, 뼈가 퉁겨 나고, 넋이 흩어졌었다. 하마터면 일제에 동화되어 넋이라도 찾지 못했을 법했다. 창씨개명(創氏改名)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천우신조로 바다가 터진 것이다. 자유의 세계가 열린 것이다. 이 어찌 감격스럽지 않겠는가.

 

쪽배 타면 제주야 가고 오고
독목선(獨木船) ()섬이사 갔다 왔지
허나 그게 바달러냐
건너뛰는 실개천이라.
우리 삼 년 걸려도 큰 배를 짓자꾸나.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

 

영랑은 강진공립 보통학교를 졸업한 후 휘문의숙에 다니다가 3.1운동 때 만세운동에 참가하였다가 6개월간 복역을 했다. 출옥 후 일본 청산학원 영문과에 입학하였으나, 1923년 방학 때 잠시 귀국한 사이 관동대지진이 나서 학업을 중단했다.

쪽배 타고 제주도 가고 오고, 독목선 타고 왜() 섬에도 갔다 왔지만, 그게 어디 자유라는 것인가. 대한해협 같은 실개천이야 누군들 못 건너겠는가. 그러나 그게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바다는 아니다. 이제 진정한 자유의 세계가 열렸다. 석 달, 아니 삼 년이 걸려도 이제 큰 배를 지어 다시는 외세에 의한 치욕적인 오욕을 당하지 말자고 외친다.

 

우리 큰 배 타고 떠나가자 꾸나
창랑을 헤치고 태풍을 걷어차고
하늘과 맞닿은 저 수평선 뚫으리라.
큰 호통 하고 떠나가자 꾸나.
바다 없는 항구에 사로잡힌 마음들아.
툭 털고 일어서자. 바다가 네 집이라.

 

저 태평양을 건너려면 큰 배를 타고 가야 한다. 우리 민족은 큰 배, 즉 튼튼한 나라와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외친다. 아무리 비바람 폭풍이 와도 끄덕도 하지 않는 배, 즉 조국을 건설하자고 외친다. 창랑(滄浪)도 태풍(颱風)도 걷어차고 말이다. 수평선도 뚫어야 한다고 했다. 두려울 것 무엇이란 말이냐고 외치는 이 패기 찬 울부짖음을 들어야 한다. 바다 없는 항구에 사로잡혔던 겨레여! 툭 털고 일어서자. 오대양 육대주가 꿈에도 건널 수 없었던 강 저편이 아니라, 이제는 우리 안방이 되었다는 말이다.

 

우리들 사슬 벗은 넋이로다. 풀어놓은 겨레로다.
가슴엔 잔뜩 별을 안으려마
손에 잡히는 엄마별 아기별
머리 위엔 그득 보배를 이고 오렴
발아래 좍 깔린 산호요 진주라.
바다로 가자. 우리 큰 바다로 가자.

 

이제는 우리를 속박할 그 무엇도 없다. 누가 우리를 막겠는가. 사슬 벗은 겨레여! 그렇게 그리던 별, 그 희망을 안아보고 느껴보라 한다. 세계는 넓다. 언젠가는 보배를 이고 지고 올 것이다. 깔린 게 진주요, 산호다. 그러므로 눈을 안으로 돌리지 말고 밖을 향하라고 한다.

이러한 고무에 힘입어 우리 민족은 육이오의 창랑도, IMF의 태풍도 걷어차고, 세계로 한없이 노 저어 나갔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세계 제10대 교역 국가가 된 것이다. 아직도 바다는 넓다. 바다로 가자. 더 큰 세계로 나가자. 그것만이 우리가 살길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영랑은 이 민족의 선구자였다, 그리고 내노라! 하고 앞에 나서지 않은 숨은 리더였다. 이러한 선구자요 지도자를 가졌기에 우리의 오늘이 가능했다. 그래서 이 시를 읽으면서 어려운 시대를 살면서도 꿈을 잃지 않았던 선구자이신 시인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바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