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락 2021. 4. 10. 11:14

바지 // 황우 목사 백낙원.

 

바지들 걸음걸이가 가당찮은 걸 보면

바짓가랑이 안에는 오래 묵은

자라가 한 마리 사는 게 확실하다.

 

두 개의 자루에 탄약을 장전한 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목을 내밀면 증기기관차가 된다.

 

적진 깊은 진지에 불을 토하면

소인국 병사들이 더위잡고 올라

열 달 동안 승리의 깃발을 꽂는다.

 

물러설 줄 모르는 바지들은

살구나무꽃이 만발하고

허리가 휘어지도록 종살이를 한다.

 

문지방 넘을 힘까지 소진하고도

포기란 없다고 허세를 부리다가

불귀(不歸)의 강 건너는 불쌍한 바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