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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똥 낮 똥.

삼락 2015. 6. 14. 21:49

밤똥 낮 똥. // 황우 목사 백낙은.

 

호랑이 담배피던

아주 먼 옛날도 아닌데

우리가 어릴 때는

왜 그리 귀신들이 많았는지!

 

처녀귀신 몽달귀신 안방귀신

마당귀신 울안귀신 골목귀신

성주귀신 조왕귀신 통시귀신

달걀귀신 쪽박귀신 도깨비까지

귀신들이 서로 콩을 볶아 먹었지.

 

무서운 한밤중 통시길

손자지킴이 해 주신 우리 할머니

용변 후 날 데리고 닭장 앞에 가서

닭이 밤똥 누지 사람이 밤똥 누나

밤똥일랑 가져가고 낮 똥일랑 손자주소

 

날 꾸짖지 않으시고

이런 기도 하셨는데

그 통시가 연지곤지 찍고

집안으로 슬그머니 들어오고 보니

밤똥이면 어떻고 낮 똥이면 어떠하랴.

 

그 많던 귀신들 온데간데없는데

광명천지 못 보신 우리 할머니

생각하면 애운하여 눈물이 난다.

 

* 애운하다 : 애달프고 서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