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투정 반찬 투정.
* 밥투정 반찬 투정.
황우 목사 백낙은(원)
많은 주부들이 늘 하는 걱정이 하나 있다면 끼니때마다 무슨 반찬으로 밥을 먹을까하는 반찬걱정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집사람이 오늘 아침식탁에서 “당신은 반찬투정을 안 해서 좋아요”라는 말을 했다.
하기야 우리 집에는 내가 좋아하는 상치, 오이, 가지, 고추, 들깻잎, 고구마 줄기, 콩잎 등 여러 가지 채소들이 많고, 또 조금만 들로 나가면 망초, 명에 나물, 쇠비름, 참비름, 돌나물, 씀바귀, 말똥굴레(민들레) 등등이 많기 때문에 그냥 값없이 뜯어 오면 좋은 반찬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시장엘 자주 가지 않으니 이웃 사람들도 “목사님 가정은 왜 시장을 안 가느냐.”고 묻기도 한다. 어떻든 나는 밥투정이나 반찬투정을 안 하는 것이 나의 소신이며 습관이다.
옛날 우리가 어릴 때 이야기를 하면 “또 그 옛날이야기”하면서 싫어할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가 어릴 때는 국가적인 빈곤의 시기이기도 하였고, 우리 집이 비교적 가난해서 더 그랬던 같기도 하지만 늘 배가 고프게 살았다.
어머님이 꽁보리를 삶아 대나무 바구니에 담아서 공중에 매달아 놓고 들에 가신다. 배가 고픈 나머지 먹을 것을 찾다가 그 보리밥을 발견하면 부뚜막에 올라가 겨우 조금 들어내고 표시가 안 나도록 다독거려 놓은 다음, 반찬을 찾아보지만 있을 리 만무다. 그러면 보리밥을 물에 말고, 거기다가 맨 간장을 조금 풀어서 통째로 들이마시곤 했던 기억이 새롭다.
또 우리 어머님은 너무 반찬이 없으니까 소금을 물에 녹이고 거기에 양념 조금 넣고 귀하디귀한 “아지나모도”(일본식 발음이지만 어릴 때는 그렇게 불렀다. 뱀 가루라는 소문도 있었지만 화학조미료이다.)를 아주 조금 넣어서 밥을 할 때 솥 안에 넣어 두면, 거기에 밥물도 조금 넘어 들어가고해서 맛있는? 소금 반찬이 된다. 그것이 반찬의 전부였다. 그래도 4형제가 서로 먹으려고 하면서 자랐기 때문에 반찬투정이라는 걸 모르고 자랐다. 그래서 나는 평생에 반찬투정이나 밥투정을 하면 천지신명께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렇게 자란 내가 어떻게 반찬투정을 하겠는가.
그런데 요즘 우리 이웃에는 반찬이 없다고 투정을 부리는 어른들도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엔 밥투정, 반찬투정이 심한 아기들을 보기도 한다. 그 부모들이 안타까운 나머지 밥그릇 들고 다니면서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고 애를 쓰는 것을 보면 속에서 울화가 치민다.
젊은 부부들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배고프면 어련히 먹으련만, 사정사정해서 먹이려고 애를 쓰는지 이해가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가 4남매를 키울 때는 그렇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투정을 부린다 싶으면 어른이 먹어 버리거나 빼앗아 버린다. 나중에 배가 고프면 사정을 하며 달라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주변에는 끼니를 걱정해야하는 불우한 이웃들도 있지만, 사실 보편적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며 사는지 모른다. 옛날 임금님도 받지 못했던 호사와 풍요를 누리며 살지 않는가 말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살을 뺄까하는 연구와 노력이 눈물겹도록 가상하기만 한 때이다. 옛날엔 노인병으로 알려졌던 고혈압, 당뇨병 같은 병들도 차츰 그 연령이 낮아져 청소년에까지 이르게 된 시대이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먹고 남긴 음식물 쓰레기가 550만 톤이나 되며, 그 처리 비용이 1조 450억 원이나 된다니 그야말로 탕자문명이라 할 만하지 않는가.
어떻든 이제 모든 사람이 음식의 귀중 성을 재인식하고, 남겨서 버리는 일들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며,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을 생각하며 존절하게 살아야 하겠다.
그리고 그 음식의 재료를 생산하는 농부들이나 어부들, 그리고 가공업자들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음식을 대할 때 성만찬을 대하는 것처럼 겸손하게 먹고 겸손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풍토가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