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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두깨 인생.
삼락
2020. 2. 21. 21:29
방두깨 인생. // 황우 목사 백낙은.
우리 집에는 요양사가 1주일에 다섯 번 하루에 4시간씩 아내를 돌봐 준다. 그뿐만 아니라, 중식도 차려서 같이 먹곤 한다. 요양사가 집에 있는 동안에는 방두깨 부부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오래전에 써 둔 시를 다시 음미해 본다.
방두깨 인생. // 황우 목사 백낙은.
양지바른 골목 어귀
몰려나온 코흘리개들
신랑·각시 소꿉장난에
정신 줄을 놓는다.
처마 끝 굴뚝에서
뽀얀 연기 피어나고
서산 해 뉘엿뉘엿
노을 곱게 물들일 때면
개똥아! 밥 먹어라!
정겨운 엄마 목소리
알뜰한 세간 팽개치고
쪼르르 달려가는 조무래기들.
지팡이 짚은 지친 구름
정처 없어 서러운데
하늘에서 뉘 부르시면
손들고 가야 할 방두깨 인생!
* 방두깨 : 소꿉질, 또는 다정하게.
* 세간 : 살림에 쓰는 가장집물.
* 뉘 : ‘누구’의 준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