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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순이가 시집을 가네.

삼락 2020. 2. 25. 14:49

복순이가 시집을 가네. // 황우 목사 백낙은.

 

기왓장 곱게 빻아 고두밥 짓고

쇠비름 반찬에 봉숭아 국 끓여서

사금파리에 담아 놓고

너는 신랑 나는 각시, 방두깨 하던

소꿉놀이 내 각시 시집을 가네.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손등 두드려 만든 두꺼비집

울타리꽃 심고 사립짝도 만들고

세간붙이 아기자기 들여놓았는데

새초롬이 내 각시 시집을 가네.

 

코흘리개 눈물 자국 덜 마른 얼굴에

연지 찍고 곤지 찍고 족두리 쓴 채

요강단지 쌀 담아 가마에 싣고

사인교에 올라 꺼이꺼이 울면서

내 각시 복순이가 시집을 가네.

 

신랑 집 앞 액맥이 불 넘어서면

고추 같은 시집살이 어찌하려고

복순이 어매 정짓간 뒤에서 울고

앞치마 뒤집어 눈물 콧물 훔치는데

해님 도령 저만치 울면서 따라가네.

 

* 고두밥 : 되게 지어서 고들고들한 밥.

* 쇠비름 : 쇠비름과에 속하는 일년초로 줄기가 땅으로 벋는 잡풀.

* 사금파리 : 사기그릇의 깨어진 작은 조각.

* 방두깨 : 소꿉놀이하며 다정하게, 함께.

* 울타리꽃 : 번리화, 목근, 목노 등의 이름을 가진 꽃. 무궁화를 일컬음.

* 사립짝 : 잡목의 가지로 엮어 만든 문짝.(삽짝)

* 세간붙이 : 집안 살림살이에 쓰는 여러 가지 기구.

* 새초롬이 : 초롱초롱한 사람. 새록새록,

* 족두리 : 시집을 갈 때나 예복을 입을 때에 머리에 얹던 검은 관.

* 사인교 : 앞뒤에 각각 두 사람씩 모두 네 사람이 메는 가마.

* 액맥이불 : 닥쳐올 액운을 막기 위해 신랑 집 앞에 짚불을 피워 신부가 넘게 했다.

* 어매 : 어머니의 사투리.

* 정짓간 : 부엌의 방언.

* 해님 도령 : 나는 해님 도령이고 복순이는 달님 색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