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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도령 다녀가신 후

삼락 2017. 5. 4. 13:43

봄 도령 다녀가신 후. // 황우 목사 백낙은.

 

그대의 따뜻한 입김

황량한 내 가슴에 닿을 때

나는 봄날 눈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의 도포 자락 스쳐 간 후

내 침실엔 먼지바람만 일고

밤마다 몽중몽(夢中夢이랍니다.

 

이미 배태한 여름²이기에

찬란한 내일을 기약하며

분만(分娩)의 날만 기다립니다.

 

다시 오시지 않을지도 모르지만³

오지랖에 그리움 서리서리 담고

인고의 세월 삼백예순다섯입니다.

 

몽중몽(夢中夢) : 꿈속의 꿈이란 뜻으로, 이 세상이 덧없음을 비유하는 말.

여름 : 열매의 우리말.

오지 않을지도 모를 당신 : 봄이야 다시 오겠지만 인간 수명은 하늘만이 아는 것.

 

* 시작(詩作) 노트.

벌써 5월이다. 오는듯하던 봄 도령 선뜻 지나가고나니 미세먼지 바람만 인다.

그래도 이미 배태한 여름은 입덧을 하고 해산의 날만 기다리고 있다.

다시 오실 날 기다리며 오지랖에 그리움 가득 안고 혹독한 겨울도 견디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