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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거짓말

삼락 2017. 4. 5. 20:19

새빨간 거짓말 // 황우 목사 백낙은.

(이 이야기는 절대로 타 종교의 지도자를 비하하기 위한 글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우리나라도 지금 대선을 치루고 있지만 가짜뉴스와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 때 닉슨 대통령은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I'm not a crook.)."라는 희대의 거짓말을 하여 결국 대통령직에서 하야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청문회 등을 통하여서 자주 보지만 금방 탄로가 날 일인데도 새빨간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본다. 인간이 살다 보면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거짓말은 가장 비양심적이고 비도덕적이기 때문에 지탄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종파에서는 거짓말을 세 가지로 분류하여 하얀 거짓말, 희색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로 분류를 했다. 하얀 거짓말은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도 무방한 거짓말이라 하고, 남에게 해를 주지 않지만 유익하지도 않은 거짓말을 희색 거짓말이라 했으며, 남에게 해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거짓말을 새빨간 거짓말로 분류했다. 상당히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논조라고 여긴다. 이런 논조에 대해서 옳고 그름의 판단은 여러분들에게 맡기고 다만 내가 한 새빨간 거짓말을 고백하려는 것일 뿐이다.

 

내가 어릴 때는 별다른 놀이기구나 장난감이 별로 없었다. 기껏해야 숨바꼭질이나 비석치기, 자치기 등등이 고작이었다. 어느 따뜻한 봄날 소꿉친구와 함께 양지바른 담벼락에 기대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놀곤 했다. 그 많은 이야기 중에는 자기를 과시하기 위해 몇 배로 뻥튀기한 무용담을 늘어놓기도 했고, 어떤 때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도 해서 친구를 즐겁게 하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친구들도 그것이 새빨간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그냥 속아주면서 낄낄대는 것이 놀이 중 하나였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나의 새빨간 거짓말 중 하나는 아무개의 커다란 거시기를 보았다는 이야기였다. 그 아무개가 누구냐 하면 내가 가장 싫어했던 땡땡이 중놈의 부인이었다. 내가 어떻게 그 땡땡이 중놈 부인의 거시기를 보았겠는가마는 친구들도 내가 거짓말을 하는 줄 알면서도 그냥 웃어주었다. 지금으로 말하면 인격 모독죄를 비롯하여 허위사실 유포죄 등 여러 가지 죄목으로 고소를 당할 수도 있는 일이라 여긴다.

 

그런데 위에서도 언급한 땡땡이 중놈은 사실 내 손자뻘 되는 먼 친족이다. 아무리 손자뻘이라 하도 땡땡이 중놈이라 하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나름대로 그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스님이라는 자가 아내를 두고 있었기 때문에 스님이 아닌 중으로 불렀다. (솔직히 그때는 대처승이 있는 줄도 몰랐다)

둘째는 절에 가기 싫으니까 어디서 부처를 사와서 방에다가 감금해 두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중이 아닌 중놈으로 불렀다.

셋째는 돈벌이 수단으로 남의 점이나 봐주고 다녔기 때문에 중놈이 아닌 땡중이라 했다.

넷째는 저도 사내이면서 반반한 사내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 위인이었기 때문에 땡땡이 중놈이라 불렀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내가 할아버지뻘인데도 길거리에서 나를 만나도 인사도 안 하고 다녔기 때문에 더 밉고 싫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가 데리고 사는 그의 처까지 싸잡아 미워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내가 싫어하는 어떤 사람을 헤치기 위해 가짜뉴스를 제공했고 친구들은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웃어주고 박수도 치고 깃발을 흔든 셈이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어릴 때 철모르고 한 짓이라고 스스로를 위로도 해보지만,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므로 사죄를 청할 수도 없고 안타까움만 더할 뿐이다. 그 외에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새빨간 거짓말이 한둘이 아닐 것이 분명하다. 신앙인이 된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하얀 거짓말이라도 거짓말은 거짓말이다. 아리송한 희색 거짓말도 역시 마찬가지다. 거짓말은 결과적으로 자기 양심을 도살장으로 만드는 행위이다. 그래서 기독교의 계율에는 거짓증거 하지 말라고 엄격하게 규정(規定)하고 있다. 어떤 거짓말이든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법정신일 것이다.

그래서 어떤 성서 기자는 내 입술에 파수꾼을 세워 주소서라고 기도하기도 했다. 이제부터라도 내 입술에 파수꾼을 세워 옳은 것은 옳다 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 할 수 있는 언어의 절제력을 키워,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