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시아 성지순례 여행기(4)
* 4월 5일(화)
동녘이 밝아올 무렵 아테네를 떠나 두어 시간 정도를 달리니 스파르타 군 300여명이 몰살당했다는 세프필레가 나온다. 다시 조금 더 달리니 인구 6만의 나미아 도시가 보인다. 핀토스 산맥을 왼쪽으로 하고 달리는데, 산야에는 야생 유체 꽃이 만발했고 더 넓은 들녘엔 밀밭이 아득하다.
공중에 매달렸다는 별명을 가진 마테오라 산정에 올랐다. 600M가량의 산꼭대기에 수도사들과 은둔자들의 기도와 수련의 장소인데, 과거엔 24개의 수도원이 있었으나 현재는 6개의 수도원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일 높은 곳에 있는 발람 수도원에 오르니 아찔한 수직 바위 위에 우뚝 서 있었다. 수도사들이 이런 수도원이나 바위굴에서 한 손에는 성경을 들고, 또 한 손에는 검을 잡고, 400여 년 동안이나 터키와 싸워 끝까지 믿음을 계승하여 현재 97%의 기독 신자를 가진 나라가 되었다니 경이롭기 짝이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 그 1/10도 안 되는 / 36년간 일제치하에 있었지만 / 신사참배에 친일파가 되어 / 교계를 어지럽게 하고도 / 누구 하나 회개하는 사람 없으니 / 이 부끄러움을 어찌하면 좋을꼬.
마테오라를 순례하고 내려오다가 / 조그만 식당에서 빵과 피망 밥, / 그리고 야채가 나오는 점심을 먹었다. / 식당 바로 앞에도 100M는 됨직한 / 깎아지른 바위 이곳 저곳에 / 수도사들이 은둔했던 / 수십 개의 바위굴이 있고 / 그 아름다운 산을 배경으로 / 수 백호는 됨직한 집들이 / 하나같이 붉은 지붕하고 / 어깨동무하여 정겹다.
마을 앞으로 아름다운 강이 흘러 / 풍수지리설로 말하면 /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요 / 경치 좋고 공기 좋고 물까지 맑은 /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 늙지도 않으련만 /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의 머리에 / 살구꽃이 뽀얗게 피었고 / 무덤 앞에 조그마한 십자가를 보니 / 속절없이 병들어 죽었나 보다. / 봄바람은 산들 불어 / 옛 수도사들의 애환을 실어오고 / 길가에 핀 꽃들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을 노래하네.
다시 데살로니가로 이동 했는데 현재 인구가 150만으로 그리스 제2의 도시요 교통의 요지라 했다. 데살로니가 부두해안을 둘러보았는데, 경제위기에 처한 나라답지 않게 수많은 인파가 낭만을 즐기고 있었고, 1921년에 완전히 소실(燒失)되었던 도시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거리는 깨끗하고 건물도 웅장했다. 번화가 거리에는 인산인해다. 6시 30분 GLAND HOTEL PALACE에 투숙했다.
* 4월 6일(수)
아침 7시에 데살로니가를 떠나 베레아로 갔다. 베레아는 현재 인구 4만의 도시인데, 당시 사도 바울 일행은 데살로니가에서 전도하다가 유대인의 핍박을 피해 간 곳이다. 베레아 사람들은 매우 신사적이어서 날마다 성경을 상고했다.(행17장) 이 베레아 중심부에 바울이 설교했던 곳에 세운 바울의 강단이 있다.
그리고 다시 아볼로니아로 향했다. 아폴로 신의 이름을 딴 도시로 이 신은 음악의 신이기도 하고 무술의 신이기도 하여, 가장 그리스 적인 신이라 할 수 있다.
바울이 강론한 비막(보폭(步幅)이라는 뜻)으로 갔다. / 물가에 심긴 나무라는 / 프라다나스가 500여년은 됨직하다. / 바울이 기도처를 찾아 / 문밖 강가로 갔다가 / 자주장사 루디아에게 도를 전했고 / 루디아가 교회의 초석이 되었다. / 아직도 그 앞에 지가티스 강이 흐르고 / 그 강가에 루디아 기념교회가 /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다.
다시 약 1km 정도를 걸어/ 빌립보 유적지로 갔다. / 빌립보의 옛 명칭은 크레니티인데 / 마게도냐 왕 필립 2세가 / 자기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 바로 길 위에 바울이 갇혔던 감옥이 있는데 / 감옥이라고 해봐야 조그마한 방하나 크기다.
그 바로 뒤편에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와 / 지신인 이수스 신전이 자리했고 / 이런 신전들이 나중에는 교회가 되었다가 / 이제는 폐허만 남았다. / 그 앞에는 로마가 건설한 / 아테네까지 장장 600여km나 되는 / 세그나비아 군사도로의 흔적 남아있고 / 그 앞으로 아고라 광장과 / 상점들이 즐비했으며 / 대왕 무덤도 보인다.
이 빌립보 성에는 그 당시 인구가 적어도 30만은 되었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원형 극장의 좌석이 1만 5천 석이나 되고, 42명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있다.
다시 얼마를 가다보니 인구 6만의 네압볼리가 에게 바다를 끼고 자리하고 있었다. 16세기에 건축 되었다는 니콜라스 주교(산타크로스) 기념관에 이르니, 찬란하고 엄숙하여 모자를 벗었다.
사모드라게 섬을 오른 쪽에 끼고 / 에게 해변 도로를 달렸다. / 끝 간 데를 모를 / 넓고 비옥한 평야가 /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 이 땅을 차지하기 위해 / 얼마나 많은 피가 흘렀을까 / 군왕들은 그 피 위에 앉아서 / 희희낙락 호화를 누렸겠지.
잘 닦인 고속도로를 따라 / 그리스와 터키 국경을 향하여 달렸다. / 날씨는 완연한 봄 날씨이고 / 하늘엔 뭉게구름 둥실 떴다. / 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 길을 뚫은 자는 흥했다는 사실을 / 오늘날의 인간들이 알기나 할는지.
4시 20분 경 그리스 국경을 통과하니 터키는 그리스와 별로 다른 것은 없지만 표지판의 글자가 영어라는 것과, 큰 목장들이 많다는 것, 그리고 히잡이나 차도르를 쓴 여인들이 많이 보였다. 98%가 신자인 이슬람권에 들어왔다는 것을 말해 주는듯하다.
중식 후 한 시간가량 달리니 세상에서 가장 작은 마르마라 바다가 우측으로 나타났다. 길 좌우로 펼쳐진 밀밭은 산뜻한 풀냄새를 선사하고, 노란 유체 꽃은 무지개 색깔이다. 7시경에 ESER DIAMOND 호텔에 머물렀다.
* 4월 7일(목)
예정대로라면 이스탄불의 전경과 코라 교회(카리에 박물관)를 탐방할 예정이었으나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여 취소하기로 했다.
오전 7시에 식사를 하고 9시부터 이번 순례를 마감하면서 하나님께 감사하는 기도회를 드린 후, 이번 순례를 통해 느낀 바를 각자가 발표하고 마무리 하였다. 공항을 향하여 1시간 쯤 달리다가 중식을 하고, 여유롭게 공항에 도착하여 출국수속을 마쳤다.
공항 안 대합실에는 / 큰 사람 작은 사람 / 굵은 사람 가는 사람 / 흰 사람 검은 사람 / 늙은 사람 젊은 사람 / 예쁜 사람 추한 사람 / 세상사 보여 주는 인생 대합실 / 이 사람들은 모두 다 떠나가고 / 또 다른 나그네들 이 자리를 채우겠지.
두어 시간 기다려 비행기에 탑승을 했는데 / 갈 때 보다 올 때가 2시간이나 단축 예정이란다. / 지구의 자전 때문에 그런가본데 / 신비롭기 짝이 없다. / 비행기 안에서 하얗게 밤을 지새웠다.
* 4월 8일(금)
아침 9시 40분에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 초로(初老)들의 얼굴에는 / 피곤 끼 가득하고 / 입가에는 허옇게 버섯 꽃이 피었다. / 입국수속을 마치고 중식을 한 후 / 12시 17분 포항행 KTX에 올랐다. / 3시 30분경에 포항역에 내려 / 자가용 타고 집에 도착하니 / 박태기도 꽃을 피웠고 / 이팝나무는 이미 철이 지났다.
개나리는 노랑저고리 갈아입었고 / 앵화(櫻花=벚꽃) 잎 한 닢 두 닢 꽃비가 내린다. / 아내는 부지런히 두릅 잎 따고 / 구기자 순 뜯어다가 / 새큼 달큼 삶아 무치니 / 우리 입맛엔 우리 것이 최고라 / 하나님께 감사 기도가 절로 나온다. / 이번에 동행한 일행들 / 두루 평안하시기를 / 두 손 모아 간절히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