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쌍꺼풀 수술 이야기

삼락 2016. 2. 12. 14:54

쌍꺼풀 수술 이야기 // 황우 목사 백낙은.

 

 며칠 전의 일이다. 세 딸과 아내가 무슨 공작이라도 하듯 수군거리는 것이 보였다. 뭣 때문인지 짐작은 하지마는 인제 와서 아내와 딸들이 하는 일에 간섭을 하는 것이 뭣해서 모르는 척하고 가만히 있었더니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언제부터 아내가 눈꺼풀이 처진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지만 내가 보기에는 수술을 할만 큼은 아니었기 때문에 가만히 있었더니, 딸들이 제 어미를 데리고 대구에 갔다가 돌아왔는데 색안경을 쓰고 돌아왔다. 눈이 퉁퉁 부어 있었고 얼음찜질을 해야 한다면서 안대를 하고 들어 누워 아프다면서 쩔쩔 매는 것이 아닌가.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것도 아니어서 기분 나쁜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하루 밥, 세끼를 다 공양 받는 삼식이 처지니 내 기분을 누를 수밖에 더 있겠는가 말이다. 내 속으로만 다 늙어서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네.”라고 하면서 말이다.

 

 웃기는 이야기지마는 우리나라 여인네들은 하도 더운 것을 좋아해서 열가마나 뜨거운 찜질방에 가서도 시원하다를 연발하니 염라대왕이 노여워 지옥을 더 뜨겁게 리 모델링 하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요즘 여인들이 하루가 멀다고 그 형색을 바꾸니 염라대왕도 헷갈려 네가 누구냐?”라고 묻는다고 하지 않던가? 이제는 눈은 물론 코도 뜯어고치고, 얼굴형도 갸름한 계란형으로 만들고, 이마의 자글자글한 주름도 펴고, 머리에는 별의별 색깔로 물감을 칠하고, 키도 10cm 정도는 컸다가 줄었다가 하니 헷갈린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에 어디에서 본 사건인데, 두 부부가 결혼하여 아기자기하게 잘 살았다고 한다. 얼마 후에 아기를 낳았는데 얼마나 못생겼는지 도대체 누구를 닮은 것인가를 가지고 부부 싸움을 하곤 했단다. 알고 보니 그 부인이 처녀 시절에 대대적인 리 모델링을 했다는 것이 밝혀 진 것이다. 그래서 그 부부는 부부싸움 끝에 이혼하고 말았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이다.

 

 요즘은 딸을 결혼시키려고 하면 먼저 성형외과에 가서 견적을 뽑아야 한단다. 적게는 몇 백만 원으로 끝나지만 어떤 사람은 억대의 견적이 나온다니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말이다. 당 사자가 아니어서 잘 모르겠지만, 그 남자는 결국 속아서 결혼한 것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늙은이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지만 세대가 그러니 어찌하겠는가.

 우리나라가 어느새 성형 천국이 되어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등지에서 성형관광을 오곤 한다니 기뻐해야 할 일인지 슬퍼해야 할 일인지 모르겠다.

 

 아내 치료 때문에 성형외과에 두어 번 가 보았는데 내가 병원에 있는 두세 시간 동안에도 십 수 명이나 다녀가는 것을 보았다. 보아하니 한 공장에서 나온 작품이라 천편일률(千篇一律)적이다. 사람은 누구나 개성미가 있고 또 있어야 한다. 그 개성을 살리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자꾸만 서양 사람을 닮으려고 애쓰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누구이든 간에 미를 추구한다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신이 인간에게 심미감(審美 感))을 주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치다는 것이 문제이다. '물질만능주의'에 편승하여 '외모지상주의'가 극에 달하고 있어 하는 말이다.

 인간의 아름다움은 꼭 외모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아름다움은 내적으로 꽉 차 있을 때 참 인간다운 향기가 나는 법이다. 외모는 아름다우나 속이 비어 있다면 골빈 인간이라 속이 빈 양철통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지정의(知情意), 즉 지성(知性) 감정(感情) 의지(意志)라는 세 가지 심적 요소가 있으므로, 외모만 아름답다고 인간의 심미감이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외모는 좀 못생겨도 지성(知性), 예절(禮節) , 순결(純潔) , 영성(靈性) (이런 말들이 타당한지는 잘 모르지만) 등 아름다운 것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는 데 말이다. 요즘 사람들이 세상의 잘 못된 굴레에 갇혀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고 서글프기까지 한다.

 

 일찍이 톨스토이는 진심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의 외모나 조건 때문이 아니다. 그에게서 나와 똑같은 영혼을 알아보았기에 사랑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급속도로 성형 천국이 되어가는 이 마당에서 우리가 모두 이 말을 다시 한 번 음미해 보아야 할 시점이라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