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쓰러졌어요.
아내가 쓰러졌어요. // 황우 목사 백낙은.
결혼한 지 오십년 가깝도록
지지고 볶으며 살아온 아내가
지주막하출혈이라는 괴상한 병으로 쓰러져
사흘이 지났는데 아직도 저러고 누어있답니다.
아내가 중환자실에 있으니
내가 남편이라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면회시간에 손 한 번 잡아주는 것이 고작이라
곁에 있어 주지 못하니 회한의 눈물만 흐르네요.
지난 날 다정히 보듬지도 못했고,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 못한 것 때문에
이제 와서 사랑한다고, 미안하다고,
정말 고마웠다고 소리쳐 보지만
아무 반응이 없으니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네요.
여보! 당신 애칭인 “하닷사룸” 황토방
당신이 무척 좋아 했잖아.
그 황토방에 불지펴줄게. 어서 집에 가자.
여보! 나 아무 것도 더 바라지 않을게.
그냥 황토방으로 돌아와만 줘.
여왕처럼 앉아서 명령만 하면
내가 내시도 되고 무수리도 되어줄게.
당신이 없으면 난 바보인 것 알지?
나 아무 것도 못하겠어.
빨래도 할 줄 모르겠고,
반찬도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
당신이 만들어 놓은 맛있는 반찬 다 먹으면
당신 손맛 그리울 텐데 나 어쩌라고? 응?
미국 언니가 자꾸 전화를 하네.
당신 폰으로 전화와 문자가 더러 오는데
나는 모르는 이름이라 어쩔 수도 없어
당신이 대답해 줘야지 난 몰라.
그리고 오늘 당신 가방을 봤더니
일천번제 제물에 660회 까지 담겨져 있데.
아직도 340회가 남았는데
하나님께 서원한 것 다 드려야지.
그리고 당신이 나 몰래 차고 있던
딴 주머니에도 아직 돈이 조금 남아있네.
내 주머니에도 아직 좀 남아 있잖아.
이왕 가더라도 좋은 일 더하고
여행도 다니면서 우리 이것 다 쓰고 가자.
아무리 생각해도 나 당신 없이는 안 되겠어.
일어나! 착한 내 비둘기! 우리 집에 가자.
사랑하는 우리 하닷사! 제발 힘을 내줘.
교회에서 바이올린과 성가대도 해야 하고
난타 공연 날도 다가오고 있자나.
여보! 여기 이러고 누워 있지 말고
집에 가자. 우리 집에 가자. 여보야.
당신의 아들 딸 사남매가 눈물로 기도하고
온 교우들이 기도하고 있으니
당신도 주님 손 꼭 잡아. 알았지!
오! 나의 주 나의 하나님.
박정자라는 여인이 어쩌다 목사의 아내가 되어
많은 고난을 견디고 참아 온 것 당신도 아시지요.
생사화복이 당신 손에 있사오니
당신의 여종을 굽어 살펴 주시옵소서.
나의 주. 나의 하나님. 나의 당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