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의 병상일기 중에서 [2019년 5월 3일(금)]
* 아내의 병상일기 중에서 [2019년 5월 3일(금)]
황우 목사 백낙원.
요즘 나의 생은 다람쥐 쳇바퀴가 도는 것같이 오직 아내만을 위한 삶으로 바뀌었다. 대략적인 것만 이야기 한다면, 아침 6시 경에 눈을 떠서 아내의 뒤처리를 한 후, 운동을 시키고, 가래를 뽑는 석션을 한 다음, 죽을 데워서 튜브로 연결해 코로 투입을 한다. 아내가 식사를 하고 있는 동안 나도 밥을 하거나 반찬을 만들어 끼니를 해결한다.
아침식사가 끝나면 아내의 구강청소를 하고 온 몸을 구석구석 닦아 줘야한다. 그리고 얼굴엔 알로에 마사지를 하고, 이어서 10시부터 팔다리 운동을 약 30여분동안 하고, 아내를 조금 쉬게 한 다음, 11시부터는 휠체어를 태워서 약 40여분 운동을 시키고 나면 곧 점심때가 된다. 오후에도 이 일을 또 반복을 해야 하는 것이다.
밤에는 휠체어는 태우지 못하지만 여전히 운동을 시킨다. 그러고 나면 11시가 다 되어야 하루 일과가 끝이 난다. 하지만 자다가도 몇 번을 깨어서 아내의 상태를 돌아봐야 한다. 이렇게 하루 종일 엉덩이 땅에 붙일 시간이 없을 정도다.
그래서 처음에 내가 아내를 집으로 모시자는 이야기를 했더니, 자녀들이 아버지가 어떻게 감당하시려고 하느냐면서 요양병원으로 모시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감당하지 못해서 쓰러지거든 그 때는 너희들 맘대로 해라.”고 말이다. 그야말로 죽기 아니면 살기의 결단으로 집에 데리고 온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본 요양병원은 그리 좋은 인상이 아니었다. 물론 전부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한마디로 “저승 대기소”로 여겨졌다. 나도 나중에 병들면 어쩔 수 없이 그런 곳으로 가야하는 현실이긴 하지만, 내 아내를 그곳에 모시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아내를 타인의 손에 맡기지 못하는 데는 나름대로 몇 가지가 이유가 있다.
(1) 정 때문이다.
우리가 결혼해서 함께 살아온 세월이 55년이다. 연애시절까지 합하면 60여년이나 된다. 오다가다 만난 정도 정인데, 60여년을 숙성된 정이니 말해 무엇 하겠는가.
(2) 보람 때문이다.
내가 아내를 위해 애쓰고 힘쓰는 것이 죽어가는 소나 양을 살리려는 것이 아니며, 애완견을 살리려는 것도 아니고,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노력이다. 그리고 아전인수(我田引水)라고 내 눈에는 아내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데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
(3) 사랑 때문이다.
나는 아내와 연애하기 시작한 후부터 지금 까지 한 번도 아내를 배반하지 않았다. 이렇게 내가 사랑을 말하면 요즘 흔해 빠진 젊은이들의 사랑을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이 참사랑일까? 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한두 해 아니 몇 달도 넘기지 못하고 헤어지고 마는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을 사랑이라고 인정하기 싫다. 그런 사랑은, 사랑도 아니고, 애정도 아니며, 젊은 때 느끼는 욕정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적어도 5~60년 정도 산 다음이라야 진정한 부부사랑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서 어떤 광고에 나온 신구 선생님의 말씀이 자꾸 생각이 나서 나도 그렇게 외치고 싶어진다. “너~네가 사랑을 알아?”라고 말이다.
나도 이미 여든이 넘은 노인인지라, 많이 힘이 들고 피곤할 때면, “내가 말년에 왜 사서 이 고생을 한다는 말인가!”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그러나 병든 아내를 간호한다는 것은, 분명히 짐은 짐인데, 힘겹고 무겁고 어려운 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행복한 짐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다.
“주여! 내게 힘을 더해 주시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