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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의 병상일기[2019년 5월 7일(화)] 황우 목사 백낙원.

삼락 2019. 5. 11. 14:24

* 아내의 병상일기[201957()] 황우 목사 백낙원.

 

옛날 내가 어릴 때 생각이 난다. 우리 할아버지가 요즘으로 말하면 중풍에다가 또 치매를 앓으셨다. 부모님께서 할아버지 뒷바라지를 7년을 하셨고, 할머니 뒷바라지도 3년을 하셨다.

 

아마 그 때가 내가 11살 될 때인 것 같다. 할아버지께서 편찮으시면서도 담배를 자주 피우곤 하셨다. 치매인지라 금방 담배를 피우시고도 잊어버리고 곧 나를 부르신다. “낙원아! 담뱃불 댕겨라라는 말이 노래가 되셨다. 그러면 하는 수 없이 내가 달려가서 긴 담뱃대에 담배를 담아 불을 붙여 드리곤 했다. 그것도 1년도 넘게 그리하다보니 내가 담배를 배워서 어린나이에 담배를 피우게 되었다. 담배가 없을 때는 아카시아 마른 잎을 종이에 말아 피우기도 했다. 물론 열세 살 때 예수를 믿게 되면서 끊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 때는 먹고 살기도 버거웠던 때라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소변과 대변을 받아 낼 기저귀를 할 만 한 변변한 천도 없어서, 한두 개의 걸레를 가지고 번갈아 사용하다보니 언제나 궁색했다. 겨울이면 얼음이 꽁꽁 언 냇가에 가서 얼음을 깨고 빨래를 빨아 오시곤 하는 것을 보았다.

 

그 뿐인가! 할아버지가 대변을 보시면 촌충이 버글버글 했던 것을 지금도 기억한다. 그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도합 10여년 넘게 조부모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셨기 때문에 김천시로부터 효자효부 상을 받은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모두가 풍요의 시대에 살고 있다. 다양한 용품들이 쏟아져 나와서 얼마나 편리한지 모른다. 특히 환자의 영양식으로 좋은 제품이 나와서 튜브로 투입하면 되고, 기저귀도 좋은 것들이 많고, 소변을 받아 내는 방법이라든지, 티슈 등, 각종 보조 용품들을 다 나열하기조차 어렵다.

 

내일은 아내의 목줄을 갈기 위해서 병원 응급실로 가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가야할지 걱정이 되어 동행 콜과 119에 연락을 해 봤더니, 동행 콜에서는 우선 가입을 하면 이용할 수 있다고 하고, 119에서는 병원에 갈 준비를 다해 놓고 전화하면 곧 출동하겠다고 해서 한시름 놓았다.

 

그 뿐 아니다.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어서 각종지원제도도 있고, 장애등급이나 요양등급에 따라 여러 가지 혜택이 따르는데, 요양보호사 지원 제도, 방문간호사 방문제도, 목욕서비스까지 가능하고, 119는 물론 동행콜 서비스까지 다양하다.

 

지금까지는 이 분야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내가 당하고 보니 정말 편리하다. 우리나라가 이정도로 보장이 잘 되어 있는 줄은 몰랐다. 그런데 문제는 고령화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으니 후대들이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