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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병상일지. [2019년 9월 23일](월)
삼락
2019. 11. 3. 14:08
* 2019년 9월 23일(월)
오늘 오전은 아내가 목욕하는 날이다. 1년여 만에 하는 목욕이라 아내가 잘 이겨 줄지 걱정을 했는데, 역시 목욕 차 내부 온도가 낮았든지 기침을 하곤 한다. 겨울에는 다른 조처를 취해야 하겠다.
아내가 자꾸만 팔을 들며 전화기를 달란다. 쥐어 주었더니 말은 못하지만 곧잘 전화를 들여다보고 있다. 의식은 많이 돌아왔는데 거동을 못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어제 태풍 타파가 지나갔기 때문에 파도가 높아 장관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차를 몰아 오도 바닷가로 나갔다. 그러나 바닷가는 온통 아수라장이다.
* 바다는 파래야 한다.
타파가 지나간 바다는
입에 거품 물었고
한바탕 전쟁을 치룬 듯
물질문명의 배설물들을 토했다.
광란의 바다는 바다가 아니다.
술주정뱅이요, 미치광이일 뿐이다.
어서 분노 떨쳐버리고
하얀 물보라, 갈매기 춤
아장걸음 아기들 두꺼비 집 짓는
엄마 품 같은 파란바다로 돌아오너라.
집에 돌아와서 아내를 차에서 휠체어로 옮길 때 모자가 벗어지려고 하니까 모자가 떨어지지 않게 쥐고 있었다. 아내가 조금만 더 힘을 내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