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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
삼락
2014. 3. 11. 20:09
우리 아버지 / 황우 목사 백낙은(원)
방 안에 물그릇이
꽁꽁 얼어붙는
엄동설한에도
아버님은 새벽같이
쇠죽을 끓이신다.
볏짚을 잘게 썰어 넣고
쌀 씻은 뜨물과
쌀겨를 조금 넣은 다음
장작불에 푹- 끓이면
구수한 시래깃국 냄새가 난다.
문밖에서 꽁꽁 언 채
밤새 주인을 기다리는 신발.
아궁이 앞에 가지런히 놓아두어
따뜻하게 녹였다가
눈 비비고 나오는 내게 대령(待令)이시다.
잔칫집에 가시면 사탕 두어 알
양조장에 가시면 고두밥 한 움큼.
챙겨다 주시던 우리 아버지
돌아 가신지도 어언 40여 년인데
얼마나 세월이 더 흘러야 잊힐까?
아직도 내 마음속에 살아계신 우리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