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락 2014. 1. 18. 15:11

우물

 

우리 집에는

아무리 퍼내도

물이 마르지 않는

오래된 우물이 하나 있습니다.

 

도시로 나간 아들딸들

때때로 와서 들여다보고

코빼기 비치고 가지만

아슴아슴 잊지 못한답니다.

 

가끔은 근심꺼리

두레박 채 던지고 가버리면

면경 알 우물이 깨져

쏟은 눈물로 우물을 채웁니다.

 

때때로 가락지도 빠뜨리고

비녀도 던져 놓고 가지만

참아 아꼈다가 녹이 쓸어

다만 우물물만 흐리게 하지요.

 

일 년에 두어 번 자식들 찾아오면

털끝 욕심도 없이 알뜰하게

퍼주고 또 주는 이끼 낀 우물.

그것이 바로 모정(母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