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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어매 도굿질

삼락 2015. 11. 29. 19:36

울 어매 도굿질 // 황우 목사 백낙은

 

시부모에 아들 넷 여덟 식구 등에 지고

애기먼동 바라보며 콩밭으로 나가시어

바랭이에 쇠비름 눈물지심 매시다가

도깨비불 보고서야 봉당 찾아 허방지방.

 

한방에서 한 이불 덮고 새우잠 주무시고도

품앗이 재촉에 동동구리모 바를 짬도 없어

어매의 고운 얼굴 여기저기 핀 저승꽃

하얀 앞치마에 머릿수건 쓴 해정한 여인.

 

보릿고개 눈물고개 하도 모질어 깔딱 고개

덜 익은 보리 모가지 송두리째 따다가

검댕이 매달린 부엌 가마솥에 쪄내어

풋바심 도굿질에 허리 굽는 줄 모르시네.

 

그 이름도 야무지게 달 자 님 자시더니

달나라에 가서도 도굿질만 하시네 그려

오늘 밤 허이연 달 대추나무에 걸리면

한 많은 저 도굿대 빼앗아다 분질러대야겠네.

 

= 시어 해설  

* : 우리의 준말.

* 어매 : 어머니의 방언. 경상도에선 어무이라고도 함.

* 도굿질 : 절구에 곡식을 넣고 절굿공이로 찧는 일.

* 애기먼동 : 이제 막 터오는 아침 먼동.

* 바랭이 : 밭이나 길가에 많이 나는 한해살이 잡초.

* 쇠비름 : 쇠비름과의 한해살이 잡초.

* 눈물지심 : 지심은 밭에 나는 잡초의 총칭으로, 눈물 어린 지심 매기.

* 도깨비불 : 밤에 묘지나 습기 찬 곳에서 번쩍이는 불빛.

* 봉당 : 마루를 놓지 않고 흙바닥 그대로인 곳. 허름한 초가집을 일컬음.

* 허방지방 : 허둥지둥.

* 새우잠 : 궁색한 처지여서 새우처럼 몸을 꼬부리고 자는 잠.

* 품앗이 : 힘이 드는 일을 서로 도와 품을 지고 갚는 일.

* 동동구리모 : 옛날 보부상(褓負商)들이 북을 치며 팔았던 화장품.(크림)

* 저승꽃 : 노인의 살갗에 돋는 거무스레한 얼룩점. 검버섯.

* 해정한 : 깨끗하고 맑은, 바르고 똑똑한.

* 보릿고개 : 음력 4~5월쯤 새 곡식이 채 나오기 전 가장 어려운 때.

* 눈물고개 : 눈물을 흘리며 넘는 고개.

* 깔딱고개 : 숨이 넘어갈 정도로 힘이 드는 고개.

* 검댕이 : 굴뚝이나 아궁이에 맺힌 그을음. 또는 검은 빛깔의 물질.

* 풋바심 : 춘궁(春窮)을 벗어나려 곡식이 여물기도 전에 거두는 일.

* 달자 님자 : 우리 어머니 함자가 달님이셨다.

* 허이연 : 오래 되어 색이 바랜.

* 도굿대 : 절구 공이.

* 분질러대다 : 반복해서 부러뜨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