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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을 봤나?

삼락 2019. 4. 21. 14:45

이런 변을 봤나? // 황우 목사 백낙원.

 

아내가 병원에 입원한지 만 7개월 만인 48일 날 집으로 돌아왔다. 병세가 호전되어서가 아니다. 담당 의사도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별 차도가 없이 잠만 자는 아내를 병원에 그냥 둘 이유가 없어서이다.

 

처음 며칠간은 후회도 했다. 병원과 싸워서라도 병원에 그냥 둘 걸! 하는 생각도 했다. 왜냐하면 아내가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때로는 체온이 38도를 오르내리는가 하면, 때로는 체온이 35도까지 떨어지기도 했기 때문에 밤을 꼬박 새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3~4일이 지나자 체온 조절은 잘되는 편이지만, 문제는 배변이다. 집에 온지 6일이나 지났지만 배변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병원에 가서 타온 약을 먹였더니 2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배변을 하는 것이었다. 이때는 아이들이 있어서 엄마의 변을 치웠다. 하지만, 어젯밤에는 내가 혼자 있을 때 아내가 배변을 하고 말았다. 역시 6일 만에 보는 변이니 그 양도 보통이 아니었다.

 

익숙하지 못한 내가 자기 변을 치우느라 진땀을 빼는 것을 본 아내가 갑자기 울음보를 터트렸다. 틀림없이 내가 자기 변을 치우는 것을 보고 미안했나보다. 나도 눈물이 났지만 참으면서 여보! 그러지마! 내가 아팠으면 당신이 내 변 치울 거 잔아! 당신이 아프니까 내가 치우는 것 당연한거야! 미안할 것 없어요!”하며 한참을 달랬다.

 

사실 우리 부부가 4남매를 키울 때 자녀들의 변을 치우곤 했었지만, 50년이나 지났으니 생소하기만 하다. 특히 성인의 변을 치우는 것이라 더욱 난처하기만 했다.

 

특히 여자의 뒤 구조는 서로 가까이 있을 뿐 아니라, 소변 줄마저 달고 있는 터이라 더욱 그랬다. 땀을 뻘뻘 흘리며 다 치우고 나니, 아내도 시원했던지 세상모르고 새근새근 자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1주일이나 걱정했던 배변이니 내 속까지 시원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우리 부모님이 10년이 넘도록 조부모님의 변을 받아내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요즘세대는 애완견의 변을 잘도 받아 내지만, 자기 부모나 부부간의 변을 받아 내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요즘 요양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이 붙은 현대판 고려장이 생겨 많은 사람들이 쾌재(快哉)를 부르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내 나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세상 참 많이도 변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세상 추이(推移)에 따라가지 못하는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앞으로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 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아내의 변은 내가 처치(處置)하리라 다짐해본다.

 

아내의 변을 처리한 것이 무슨 자랑도 아닌데, “무슨 변()이 그리도 긴가!”라고 할 분들도 있을 테지만, 천부(天賦)의 최고(最古) 선물인 가정과 가족이라는 핏줄관계가 헌신짝 같이 붕괴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가워서 해보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