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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대를 어이할꼬.

삼락 2017. 8. 22. 20:24

이 세대를 어이할꼬. // 황우 목사 백낙은.

 

옛날에도 고부갈등이라는 게 있었다. 그러나 시집살이는 의당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대로 잘들 살았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경우가 극히 드물 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현대문명에 대한 식견이 뒤떨어 지다보니 바보 등신이 되기 십상이다.

 

과거엔 부모가 수십 년 동안 익혀온 경험들을 자녀들에게 전수 해 주어야만 생존할 수 있었지만, 근래에 와선 오리려 젊은 세대에게 새 문화의 노하우를 전수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 하겠다. 그래서 요즘 구세대는 현세대와 감히 맞설 수가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요즘은 고부갈등이 아닌 세대갈등이라는 말이 유행한다고 한다.

 

이렇게 자녀가 분가해서 따로 산다고 해도, 아무리 세대가 변하고 문화가 바뀐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으니, 보이지 않는 정이란 끈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는 자나 깨나 자식 걱정뿐이다. 허리가 꼬부라져도 들에 나가 농사를 하고, 추수를 하고 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자식들이다.

 

요즘 택배회사나 우체국에 가보면 도시로 보내는 짐들이 가득가득 쌓인다. 옛날 배고픈 시절만 생각하고 보내기는 하지만, 좋은 먹거리가 넘쳐나기 때문에 시골에서 보내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아예 짐을 끌러 보지도 않고 택배 아저씨에게 그냥 가져가라고 하거나, 내다 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우리 집 주변에도 길거리에서 과일을 파는 곳이 더러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은 옛날과 달리 우리 농산물이나 과일이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외국에서 맛있는 과일들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 집에도 요즘 수확할 수 있는 복숭아나무가 두어 그루 있다. 석 달도 넘게 비가 오지 않아서 개울에서 물을 퍼 올려 자주자주 물을 주었더니 꽤 먹음직하게 익었다. 따지고 보면 올해 복숭아는 그냥 과일이 아니라 땀이요 돈이다. 하지만 자녀들이 그것을 알 리가 있겠는가! 그래도 자녀들이 생각나서 여기저기 택배를 보내곤 한다.

 

서울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처조카가 있다. 어느 날 어떤 새댁이 약국을 찾아와서 시골 시댁에서 택배로 보낸 쌀이라고 하면서 짐을 뜯어보지도 않고 그냥 갖다 주더라는 것이다.

그 짐을 풀어보니 햅쌀이었는데, 쌀부대를 열고 보니 꼬깃꼬깃 뭉쳐진 돈이 10만 원이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 새댁의 연락처도 모르고 해서 그냥 그 돈으로 떡가래를 빼서 온 이웃이 함께 나누어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얼마나 황당한지 고소(苦笑)를 금할 수가 없다.

 

이런 못 말리는 세대가 된 원인이 어디 있을까? 옛날에는 나름대로 신부수업이라는 게 있었다. 초등학교도 못가는 어린이도 있었지만, 보통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더 진학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설령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나온다고 해도 몇 년 동안은 신부수업을 받을 시간이 있었다.

 

이때엔 처녀들이 집안에서 부모로부터 음식 만드는 법이나, 살림살이하는 법을 배우기도 하고, 조용한 시간에는 수()를 놓거나 뜨개질을 하면서 신랑감을 기다렸다.

그러나 요즘은 풍속도가 많이 달라졌다. , ,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대학을 가야 하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장까지 얻어 외지로 나가고 만다. 그러고 보니 요리라곤 라면밖에 끓일 줄 모르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그뿐만 아니라, 조리된 음식에 입맛이 길들어서 시골 음식이 입에 맞을 리가 없다. 그래서 이런 안타까운 현실이 되지 않았나 싶다.

 

과거 우리 부모님들도 우리를 한심스럽게 바라보셨겠지만, 우리 또한 다음 세대를 우려하는 바가 크지 않을 수 없다. 이 못 말리는 세대를 어쩌면 좋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앞으로의 세대를 생각하면 상상만 해도 어지럼증이다. 하긴 머지않아 우주인들처럼 알약 몇 개로 식사를 대신하는 시대가 올지 모르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