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마중 가다.
임 마중 가다. // 황우 목사 백낙은.
임이 오신다는 전갈이 빗발쳐
열 일 제치고 300여 km 나 달려
영월군 한반도 지형에 다다르니
삼면이 푸른 바다로 둘러싸인 채
호랑이 한 마리가 대륙을 향해
당장 달려갈 기세로 웅크리고 있다.
푸른 동해바다 독도 위치에
태극기 휘날리며 뗏목 배가 두둥실 떴고
고구려 제19대 광개토대왕이
장검 빼 든 채 천리마 타고
만주 벌판을 달리는 모습 눈에 선한데
동토(凍土)엔 살려 달라는 아우성이 한창이다.
그다음으로 입석을 돌아드니
오래전 “가을로” 촬영지였던 곳에
70m 높이의 아찔한 두 개의 입석이
서강의 푸른 물결 충암절벽과 어우러져
절세의 화가가 그린 산수화처럼 펼쳐졌고
단종의 유배 길은 그때의 슬픔을 간직한 듯
수풀로 우거진 채 풀벌레 소리만 요란하다.
지척에 있는 장릉에 이르니
조선 제6대 비애의 왕 단종은
아직도 두려움에 떨며 아무 말도 못 하고
그 안에 계신지 안 계신지 모르지만
이름도 없는 나지막한 산등성이에
신하 두 사람. 말 두 필만 앞세운 채
왕릉답지도 않게 초라하게 누워계신다.
그 앞에 많은 수목들 중에
홍송 두어 그루가 하늘을 찌를 듯
사육신 일편단심 기백을 말해 준다.
(2015년 11월에 쓴 홍송이라는 시가 생각나 올린다.)
홍송(紅松) // 황우 목사 백낙원.
세상이 모두 칙칙한 얼굴인데
왕자(王子)의 기상인가
양귀비의 나신(裸身)인가
붉은빛 고고한 자태로
홀로 독야청청(獨也靑靑)하는구나.
고운 결에 견고한 심지는
사또의 칼날에도 굴하지 않는
춘향 닮은 한결같은 절개로
구중궁궐 직조(織造)하던 너
지금도 산천을 호령하는구나.
천만이 하여가(何如歌)를 불러도
단심가(丹心歌)로 답하는
포은(圃隱)의 기백이
네 핏속에 응어리로 남아
한 세상 금수강산을 노래하려무나.
(2015년 11월)
고운임 머무신다는 소식에
기수 돌려 설악산 권금성으로 향하니
사통오달 도로도 모자라는 지
여기저기 새 도로가 생겨나면서
좁은 국토를 좀먹어 들어가고
백두대간 정기를 끊어 마음이 아리다.
잘 뚫린 사통오달 도로들처럼
우리 국운도 그랬으면 좋으련만
꽉 막혀 버린 요즘 정치판을 보니
가슴 한가운데 총이라도 맞은 듯
답답하니 이 일을 어이하면 좋을꼬.
차 안의 예쁜 아가씨 목소리 안내 따라
태백의 용연동굴에 다다르니
설악에서도 보지 못한 꽃단장한 우리 님이
치마폭을 휘날리며 날 마중하려
산 아래로 달려 내려오고 계신다.
전국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했다는
천년 동굴마을을 30여 분간 둘러보니
지옥으로 가는 길과 천국의 계단이 나뉘고
기기묘묘(奇奇妙妙) 종유석의 도열이 장관이다.
포항으로 오는 427 국도와 416번 도로
길 좌우편에 펼쳐진 산 높고 물 맑은 산하는
신선이 놀다 갔는지 속세를 떠났다.
아! 삼천리금수강산. 우리나라 좋을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