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나의 잔이 넘치나이다.
주여! 나의 잔이 넘치나이다. // 황우 목사 백낙원.
시골 농투산이의 아들로 태어난 이 무지렁이를
천에 하나 만에 하나 골라 선택해 주시고
아버지의 아낌없는 사랑 쏟아 부어
어렵사리 당신의 종 만드셨을 뿐 아니라
40여 년 동안 당신을 섬기는 특권을 주셨습니다.
건강하고 지혜로운 아내도 주시고
54년 동안 알콩달콩 살아오게 하시며
사랑하는 아들 딸 4남매를 허락하셔서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게 하시고
사르밧 과부처럼 기름과 가루가 끊어지지 않게 해 주셨습니다.
은퇴 후에도 말을 타고 4년 넘게 산천을 누볐고,
재능까지 주셔서 시인과 수필가로 등단하게 하시고
문인협회 수필・소설분과 위원장의 명예까지 주셨습니다.
옛 어른들 인생칠십(人生七十) 고래희(古來稀)라 했는데
여든을 넘기는 복까지 누리게 하셨으며
내 피곤한 육체 뉘일 수 있는 땅과 안식처를 주셨고,
육적(肉的)으로나 정신적(精神的)으로 건강도 주셨습니다.
지나온 인생 되돌아보니 부족함이 없는 부자인데
당신께 달라고만 하는 거지였습니다.
아무리 쏟아 부어도 고이지 않는 밑 빠진 독이었습니다.
만족도 감사도 모르는 집안의 탕자였습니다.
자꾸만 다고, 다고 하는 거머리였습니다.
바보였고, 무뇌충(無腦蟲)이었습니다.
주여! 나 이제 깨닫습니다.
당신께로부터 너무나 많은 것을 받은 부자요
은혜위에 은혜를 받은 사람이요,
복중에 복을 받은 아브라함 자손이라는 것을...
이제 당신이 나를 불러 가신다고 해도
아무런 원(願)도 한(恨)도 없사오니 당신의 뜻대로 하옵소서.
주여! 나의 잔이 넘치나이다. 할렐루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