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이제 당신이 할 일만 남았습니다.
* 주여! 이제 당신이 할 일만 남았습니다.(아내의 병상일지)
(2019년 8월 12일)
오늘은 아내가 CT를 찍고 그리고 내가 의사와 면담을 하는 날이다. 아침 일찍 서둘러 병원으로 갔다. 내가 8시쯤 도착했지만 이미 CT를 찍었고, 아내가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식사 후 내가 아내의 이를 닦아 주고 있는데 부산 막내가 달려 왔다. 내가 얼굴을 닦고 알로에 마사지를 해주고, 크림도 발라 주는 동안 막내는 엄마의 손발을 씻긴다.
조금 후에 담당과장을 만났더니, 척추로 물을 빼보니 물이 많이 빠져서 머리의 물주머니는 아주 작아 졌지만, 환자의 상태가 더 호전 되는 기미가 없어서, 머리에 관을 심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포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대로 집으로 모셔 가든지, 아니면 보호자가 원하시면 좀 덜 위험한 척추에 관을 삽입하여, 머리에 고이는 물을 몸속으로 스며들게 하는 수술은 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큰 기대를 할 수가 없다면서, 가족들이 상의하여 결정한 후에 알려달라고 한다.
병실에 돌아와 아내에게 “집으로 갈까? 병원에 조금 더 있을까?” 하고 여러 번 물어 보았지만, 한 박자 늦은 눈 깜박임 때문에 아내의 뜻을 명확하게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아내가 상을 찡그리면서 울상을 하는 것을 보니, 병원에 있고 싶지 않다는 의사표시라 여겨진다.
저녁 시간이 다되었기 때문에 아내에게 “여보! 나 집에 갔다가 내일 올게! 조금 있으면 미혜가 올 거야!”고 했더니, 아내가 불안해하면서 내 동태를 곁눈질 하고, 자꾸 살피다가 눈물을 글썽인다. 그런 아내를 뒤로하고 나오는 내 억장도 무너진다.
그리고 집에 와서 카톡으로 “엄마 수술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너희 4남매가 의논해서 내게 알려 달라.”고 했더니, 아들이 곧바로 전화를 걸어왔다. “수술비는 얼마가 되던 내가 감당할 터이니, 후회가 없도록 수술을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4남매의 뜻도 그러한 것을 확인하고, 내가 카톡 하기를 “엄마를 이대로 집으로 데려가면 희망이 0%지만, 척추로 수술을 한 번 더 한다면, 한 가닥 희망이라도 있는 것 아니겠나. 그리고 나도 그렇지만, 너희들도 나중에 그 때 한 번 더 수술을 해 볼걸! 하는 후회가 없도록, 우리 기도하면서 다시 한 번 더 시도해 보자. 내 의견에 따라주는 너희들이 고맙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다음날 의사를 만나 수술을 하겠다고 했더니 8월 20일 날 하겠다고 한다. “주여! 이제 당신이 할 일만 남았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