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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아이를 찾습니다.
삼락
2018. 2. 17. 11:42
집 나간 아이를 찾습니다. // 황우 목사 백낙은.
집 나간 아이를 찾습니다.
서너 살 정도로 보일 수 있지만
나무랄 데 없이 순진한 아이입니다.
단정하게 흰옷을 차려입었고
“정정”이라고 새겨진 모자를 썼으며
“당당”이라는 신발을 신었습니다.
“진리”라는 글자가 또렷한 셔츠와
“良”자와 “心”자가 새겨진 명패가 있지만
아마도 잘 보이지 않을 겁니다.
학교엘 가보아도, 놀이터엘 가보아도
깊은 산골짝 사찰을 가보아도
번화가 골목길, 교회당에도 없습니다.
정치라는 친구 집에도 없고
경제라는 친구 집에도 없으며
교육, 문화라는 친구 집에도 없습니다.
이 아이가 실종되고부터는
권모(權謀)라는 아이가 대장 노릇을 하고
술수(術數)라는 부하들은 눈뜬장님입니다.
그러고 보니 갑질이 판을 치고
뇌물이 노루처럼 뛰어다니며
모호(模糊)가 안개처럼 피어오릅니다.
개구리 소년들 사라지듯
정의, 평화, 인애, 진실, 사랑이
감쪽같아 온통 어둠뿐입니다.
이 아이가 사라진 사회는
썩은 냄새로 숨 막힐 지경이니
제발 이 아이 좀 찾아주세요. 제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