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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인생.
삼락
2014. 3. 8. 20:07
허수아비 인생. / 황우 목사 백낙은(원)
뭇 아가씨들 몰려와 분장도 해주고
모자도 씌워 주고
같이 어울려 놀아도 주었는데
벗겨진 머리에 찬바람 맞으며
날 때부터 수염 달고
들판에 홀로 서 있는
안경 낀 할아비 허수아비
그래서 더 서러운 허수아비여!
젊어선 온갖 잡새들
잘도 좇았는데
고놈의 새들이 머리 꼭대기 올라앉아
담배를 박신거리며
이 팔에서 저 팔로
이곳저곳에 쉬를 해대고
코앞에서 추한 짓 다하니
스스로 눈을 감아 버린다.
찬란한 젊음 한 번 꽃피우지 못한 채
날 때부터 할아비 된 허수아비
추수 끝난 들판에 외로이 서서
따가운 햇살에 몸부림이 나도
등 가려워 진저리가 쳐져도
차가운 비바람에 옷깃이 날려도
팔 벌리고 서 있는 외로운 허수아비
친구들 어디 가고 홀로 섰는가.
온갖 잡새 쫓느라 처져버린 어깨
일그러진 몰골로 하늘 우러러
언젠가 우리 주인 날 찾아와
팔 내려 줄 때까지
꼼작 못하고 서 있는 허수아비.
곱 백번 다시 태어나도
할아비 허수아비일 것을
다시금 다짐하는 허수아비 인생.
* 나는 13살 때 예수 믿고 33살에 목사가 되어 40년을 목회했다.
여기서 허수아비는 목사인 나를 일컬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