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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야 하는 길.

삼락 2016. 11. 22. 19:57

혼자 가야 하는 길. // 황우 목사 백낙은.

 

며칠 전에 막내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병원엘 갔더니 갑상선암이라고 해서 수술을 해야 한단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이도 겨우 마흔을 넘겼지만, 아이가 셋이나 딸린 주부이기 때문이요, 아무리 착한 암이라고는 하지만 암은 암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겨드랑이 부분으로 내시경 수술을 받아 지금은 아주 좋아진 상태다.

요즘은 기술이 좋아서 목 부분을 절개하지 않고 겨드랑이로 내시경을 넣어서 수술하기 때문에 신경을 건드릴 확률도 줄어들고 더 정확하게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의사의 설명이다.

 

나는 아직 한 번도 어떤 수술을 받아 보지는 않았지만, 내자는 물혹 제거 수술과 디스크 수술, 그리고 팔목 골절 등 여러 번 수술실에 들어갔었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해도 수술실에는 혼자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하긴 따라 들어간다고 해도 할 일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부부가 서로를 사랑하고 또 자식을 사랑한다고 해도 대신 아파줄 수도 없고, 대신 죽어 줄 수도 없는 것이 인생이다.

 

우리 인생은 혼자 왔다가 혼자 가야하는 저승길 또한 다르지 않다. 그래서 옛날에 초상을 치를 때 보면 행상에 올라선 요령잡이가 구슬픈 소리로 목청을 돋운다.

 

저승길이 멀다더니 대문 밖이 저승이라. / 서산 명월 다 넘어가고 벽수비풍이 슬슬 분다. / 다섯 하면 열이로다. 열에 다섯 장부로다. / 인간 칠십 고락되어 팔십 장년 구십춘광. / 삼만 육천일에 백 살을 산다 해도, / 병든 날과 잠든 날 근심·걱정 다 제하면, / 단 사십을 못사는 초로 같은 우리 인생. / 친구 벗이 많다 한들 어느 누가 동행하며, / 일가친척 많다 한들 어느 누가 대신할까. / 그대 한번 죽어서 만리장천 돌아가면, / 어느 시절 다시 만나 악수논쟁하리요 / 낮은 데는 높아지고 높은 데는 낮아질세, / 어느 임이 옆에 있어 이내 품에 안겨주리. / 뒷동산에 고목나무 잎이 필 제 돌아오며, / 솥 안에 삶은 팥이 싹이 날 제 돌아오랴. / 북망산천 가는 길이 이렇게도 급한 지고, / 오늘 가면 언제 오나 누굴 마다 가시는가. / 꽃가마에 가는 임은 내 마다고 잠드셨지, / 꽃과 같은 임을 두고 이제 가면 언제 오나. / 내년 이때 춘삼월에 꽃이 필 때 다시 오나. / 북망산천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못하누나. / 에고지고 슬픈 지고 나무에미타불.” 하고 구슬픈 소리로 메기면 상여꾼들이 어화 넘차 어화호 어화 넘차 어화호.” 라고 답하면서 장례를 치른다. 그러면 유족은 물론이거니와 온 동민들도 함께 눈물을 흘리면서 뒤따르곤 했다. 그러나 상여 뒤에 아무리 많은 사람이 따라갈지라도 무덤에 들어가는 사람은 사자(死者) 혼자뿐이다.

 

이미 고인이 된 U.N 사무총장 '함마슐드는 스웨덴의 경제학자요 덕망 있는 정치가였다. 그가 콩고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추락 사고로 사망하였는데, 그의 품에서 발견된 성경에 "네가 태어날 때 너는 혼자 울어도 모든 사람이 기뻐하고, 네가 죽을 때 너 혼자는 울지 않지만, 모든 사람이 우는 그런 사람이 되라."는 말이 기록되어 있었다고 한다.

 

성경을 보면 여호람 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여호람이라는 사람은 외견상으로 보면 뛰어난 계략가일 뿐만 아니라 성공한 정치가였다. 하지만 그가 40세 젊은 나이로 죽었는데도 아무도 그 죽음을 애도하는 자가 없었다. 그래서 사학자는 아끼는 자 없이 세상을 떠났다.”(역대하 21:20)고 기록하고 있다. 이 얼마나 불행한 사람인가 말이다.

 

요즘 최순실이라는 사람이 온통 나라를 뒤집어 놓고 말았다.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 예상된다. 최순실은 물론 거기에 연루된 박근혜 대통령을 생각하면 참 측은지심이 생긴다. 최순실도 적은 나이는 아니고, 박 대통령도 일흔이 가까운 나이인데 얼마나 살겠다고 그랬을까? 그만하면 살 만도 할 텐데 왜 그런 어리석은 짓을 했을까? 역사에 큰 업적을 남겨 자손만대 추앙을 받을 수 있는 자리인데, 왜 그 같은 어리석음을 범하여 역사의 죄인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그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감옥을 가야하고,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어 울어야 하며, 나라에도 막대한 손해를 끼치니 말이다. 이제라도 대통령이 이 모든 사단(事端) 은 내 책임이라고 하고, 모든 책임을 혼자 지고 갈 생각을 왜 못하는 것일까 하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사실 사람이 죽었을 때 그 사람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울어주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분명한 것은 역사의 심판이 뒤따른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해진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라.(9:27)고 하신 성경 말씀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인간은 누구나 홀로 가는 걸음이기 때문에 외롭고 고독한 것이다. 아무리 인생길이 힘이 든다고 해도, 우리가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자기의 삶은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뱀같이 지혜롭게 이 고난의 인생길을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