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火病).
화병(火病). // 황우 목사 백낙은(원)
유독 우리나라에만 화병(火病)이라는 게 많은 것 같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심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및 적응장애'로 진료를 받는 환자의 숫자가 연평균 12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 중에서 여성 환자 수는 7만 명으로 남성 환자 수보다 훨씬 많았으며, 연령대별로는 40대와 50대의 중년층 환자가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이런 화병(火病)은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등의 약물치료를 받거나, 정신적이나 심적인 스트레스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찾아서 대처하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특히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운동이나 건전한 취미 등으로 스트레스를 가라앉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누군가를 걱정하고 그를 위해 기도하면 화병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연구팀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남을 위해 기도하면 부정적인 감정이 줄고, 안정을 찾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53명의 미국 대학생에게 현재 분노, 우울함, 긴장, 피로, 활력을 어느 정도 느끼고 있는지 조사한 다음, 학생들이 크게 화날 만한 상황을 만들었다.
그런 뒤 암 환자의 스토리가 실린 신문 기사를 보여주고, 무작위로 고른 일부 학생에게만 이 환자를 위해 기도하거나, 그에 대해 염려하는 시간을 갖게 했다. 이후 앞서 조사한 현재 감정의 정도를 다시 묻자, 남을 위해 기도하거나 묵상을 한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분노의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의 달스트롬 교수는 의대생을 대상으로 분노와 죽음의 관계를 연구했다는데, 적대감이 높은 그룹과 낮은 그룹을 정하고, 25년이 지나 그들이 50대가 되었을 때 사망률을 조사했다. 적대감이 높았던 그룹은 낮은 그룹보다 사망률이 7배나 높았고, 심장질환자도 5배나 많았다고 한다. 이 결과는 분노와 죽음의 상관성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법대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조사 대상이 된 법대생들은 25년 후 변호사가 되어 있었다. 법대생 시절 적대감 수치가 높았던 그룹은 이미 20%가 사망했지만, 반면에 적대감 수치가 낮은 그룹의 사망률은 4%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설문에 응한 학생이 어떤 종교를 믿거나, 평소 기도를 하는지에 관계없이 공통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연구팀의 브래드 부시먼 교수는 "이 연구결과는 기도하는 행위가 분노와 공격성을 누그러뜨리는데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고, "단, 남을 위해 기도할 때 효과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다른 연구에서도 안 좋은 감정을 기도를 통해 털어놓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미워하는 사람을 위해 기도하면 그 사람을 용서하기가 한결 수월하다고 보고된 일이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 의하면 전혀 모르는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나쁜 감정을 털어버리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내용은 미국 폭스뉴스와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이 보도한 내용이다.
기도는 특히 우리나라에 많은 화병을 치료하는데 만병통치약이라고 단언하는 바이다. 비단 기독교에서 말하는 그런 형식을 갖춘 기도만 아니라, 우리 부모님들이 장독에 정화수 떠놓고 지극정성으로 축수를 올렸던 미신적 방법의 기원을 포함하는 것이라 여긴다.
우리 윗세대들은 그러한 기원을 통해서 그 모진 시집살이의 스트레스도 극복을 했을 뿐만 아니라, 오늘의 문명사회를 이루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기도하는 사람보다 강한 사람도 없다고 확신한다. 특히 자기를 위한 기도보다 남을 위한 기도는 자타가 함께 덕을 보는 일이며, 우리 사회를 보다 평화롭고 건강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라 여긴다. 올해는 더욱 더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해가 되어 우리 사회가 더욱 밝아지기를 간절히 기원해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