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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 비우기

삼락 2016. 4. 13. 20:19

휴지통 비우기 // 황우 목사 백낙은

 

 사람은 누구나 생활을 하다 보면 쓰레기가 나오게 마련이다. 매번 처리하기가 곤란하니 휴지통이라는 것이 생겼을 것이다. 그래서 집안에도 휴지통이 있고 화장실에도 휴지통이 있다. 만약 그 휴지통을 비우지 않거나 오래 둔다면 악취가 나게 마련이고, 미관상에도 좋지 않겠지만, 위생상으로도 좋지 않은 질병에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나라에서는 고풍 풍기는 건물이 즐비하고 로마 시대 건설한 돌로 포장한 도로가 아주 멋진데, 길거리에 놓인 휴지통을 오래 비우지 않아 관광객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에도 휴지통이 있는데 며칠만 비우지 않으면 온통 쓰레기로 가득하게 된다. 이번에 내가 2주간에 걸쳐 터키와 그리스 등 소아시아 성지 순례를 다녀왔다.

 여행에서 돌아와 컴퓨터를 열어 보니 즉석만남 광고, 비아그라 광고와 같은 온갖 스팸메일과 잡동사니들이 정상 메일과 함께 100여 통이나 쌓여있었다. 그래서 휴지통을 깨끗하게 비우고 나니 속이 다 시원했다.

 

 동시에 우리 마음에도 휴지통이 있게 마련이다. 가끔가다가 비우지 않으면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적인 질환까지 생기게 마련이다.

 부부간에도 그렇고 친구 간에도 그렇고 사회생활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오래도록 쌓이고 쌓인 휴지통을 비우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는 사실이다.

 

 다 그런지 몰라도 우리 집사람은 40여 년 전에 내가 말실수 한 것들을 용케도 기억했다가 되씹곤 하는 것을 본다. 오래된 것들은 다 비우고 잊어버리면 좋으련만 왜 휴지통을 비우지 않고 마음을 무겁게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꼭 40여 년 전 이야기지마는 우리 부부는 4남매를 두었다. 첫째는 아내가 친정에 가서 출산했기 때문에 장모님이 구완을 했지만, 둘째부터는 집에서 아기를 낳았다. 그때는 가난하기도 했지만, 병원이란 곳은 죽을병이나 들어야 가는 곳이었다. 그래서 모두 집에서 아기를 해산했다.

 둘째를 해산할 때인데 아내는 진통하면서도 물을 데우고, 나는 아기를 받을 기저귀와 솜, 거저, , 그리고 가위를 소독해서 준비했다. 아내는 비교적 순산을 했다. 내가 탯줄을 실로 묶은 다음 가위로 자르고, 부부가 함께 아기를 더운물에 씻어 눕혔더니,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다. 아내에게 수고했다고 등이라도 한 번 두드려 줄 일이지 어쩌자고 쏙 빠지니까 시원하지!”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이 얼마나 서운했던지 지금도 가끔 그 말을 하면서 나에게 핀잔을 준다. 그게 경상도 사나이가 웃자고 하는 우시게 소리인데 말이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마음에 두고 휴지통을 비우지 못했으니 얼마나 건강을 해치겠는가 말이다.

 

 사람이 옛날에 연애시절 좋았던 기억을 추억으로 간직할 수는 있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도 첫사랑과의 달콤한 추억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그 결혼 생활이 원만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미국의 저널에 의하면 부모의 삶이 자식에게 전이 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예를 들어 술버릇이 고약한 어버이 밑에서 자란 자녀도 부모를 닮아 술버릇이 고약하게 전이가 된다는 말이다. 부모가 사회생활이 원만하고 부드러우면 자녀의 사회생활도 원만하고 부드럽지만, 그렇지 못하고 지나치게 까다롭거나 몰지각하면 역시 그 자녀도 그것을 닮는다는 것이다.

 

 제가 아는 어떤 사람은 그 아버지 대에서 서로 앙숙처럼 싸우더니 대물림하여 그 아들들도 서로 만나면 싸우는 것을 보았다.

 

 사람이 행복하려면 과거 아팠던 기억들을 빨리 지워 버려야 한다.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푯대를 향하여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의 두뇌는 아주 야릇하여 일부러 잊으려고 하면 잊히게 마련이다. 우리 모두 휴지통 비우기를 잘해서 건강한 삶을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