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개띠의 해.
2018년 개띠의 해. 황우 목사 백낙은(원)
참으로 세월이 빠르다. 2017년을 덧없이 가고 2018년을 시작한 지 벌써 열흘이나 지났다. 앞으로 일 년 내내 가장 많이 읽힐 단어가 아마도 2018년이라는 숫자일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쌍욕이 떠올라 말하기가 망설여지는 것은 내 혼자의 생각인지 모르겠다. 특히 개띠의 해와 맞물려 있어 더 어색하지만, 그렇다고 “이천 열여덟 해”라고 하기도 그렇고 난처하기만 하다.
아마도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욕이 더 많은 것으로 안다. 욕이라는 말은 우리말로 “상스럽지 못한 소리” 즉 “쌍소리”이다. 모든 욕 들을 다 나열할 수는 없지만,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을 몇 가지 골라 보면, 등신, 고문관, 개차반, 멍텅구리, 바보, 얼간이, 염병, 지랄, 호래자식, 화냥년, 난봉, 등등인데, 요즘 와서 “엿 먹으라”가 추가된듯하다.
문제는 위의 욕들보다 더 심한 욕이 이 개띠의 해인 2018년이란 숫자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18이라는 숫자의 발음은 “그것”으로, 남자나 여자를 낮추는 말은 “X”로 표현하려 한다.
사실 우리가 어릴 때는 온 동리가 욕으로 들썩였다. “호랑이 깨물어 갈 X,” “육실 할 X”이라는 욕까지 만발했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옛날에는 호랑이에게 물려 가는 일도 더러 있었다고 들었다.
“빌어먹을 X”이라는 욕도 자주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6, 25 전후에는 지지리도 못살아서 다른 나라의 원조물자를 빌어먹고 살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빌어먹지도 못할 X”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조상들은 쌍소리를 할 때도 저주에 가까운 욕은 할 수 있는 한 삼갔음을 엿볼 수 있다. “벼락 맞을 X”이라는 매몰찬 욕보다는 절제된 언어를 사용하여 “그것 할 X,” 이라고 했다. 만약 “그것도 못 할 X,”이라고 했다면 얼마나 큰 저주겠는가?
특히 경상도에서는 “가시나”라는 욕과 함께 “문디야(문둥이)” 라는 욕까지 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때는 친한 친구나 아끼는 사람에게 많이 사용했던 욕 아닌 욕이었다. 사실 그 욕을 애칭? 이라고 생각했지 욕이라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가 그런 모진 욕을 듣고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빌어먹는 나라가 아니라, 다른 나라를 돕는 원조 국가가 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르겠다.
우리 늙은이 세대는 자녀들을 키울 때 미처 깨닫지 못해서 욕도 하고, 우리 자신을 엽전이라고 비하하기도 하지만, 이제 우리는 10대 경제 대국에 진입한 나라가 되었으니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그러나 국적 불명의 비속어들이 넘쳐나는 요즘 간절히 바라는 바는 모든 국민들이 언어를 순화하려는 노력을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제부터라도 감사의 말, 사랑의 말, 축복의 말로 바꾸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더 나아가서 우리 자녀들이나 후대들에게 남을 존중하는 언어의 본을 보여 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예를 든다면 대통령이 꿈인 자녀들에게는 “대통령님”, 또는 판검사를 시키고자 하는 아들딸이라면 “판검사님”.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자녀에게는 “선생님” 이렇게 미리 과불하는 방법도 손해 보는 것은 아니라 여긴다.
다시 말하면 “2018년”이라고 발음할 때, 그 어색한 발음이 “그것 할 수 있는 X”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애교 섞인 말로 들릴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더 나아가 밝고, 맑고, 바른말로 언어를 순화하고, 적극적으로 사랑의 말, 감사의 말, 축복의 말을 구사하여, 우리 후대가 더 큰 복을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으로 신소리를 한번 해 보았으니 이해해 주시기를 당부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