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금식” * 201977() 

어젯밤에는 아내가 딸하고 자면서 기침 한 번 안하고 잘 잤단다. 오늘 아내를 보니 통통하게 살이 오른 것 같아 보인다. 영양식에다가 로얄제리를 먹여서 그런가 보다.

 

오늘 아침 날씨는 바람이 불고 서늘해서 하루나기가 좋을 것 같아 안심이다. 그러고 보니 아내가 병석에 눕고부터는 내가 하루살이가 된 느낌이다. 전에는 내일을 위해서 농작물에 비료도 주고, 때로는 농약도 치고, 날씨 걱정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내일 생각은 않고 그날그날 살아가기 바쁘다. 특히 요즈음 동해안에 저온현상이 조금 있는듯한데, 농부들은 벼가 한창 자라는 시기인지라 날씨가 더웠으면 하겠지만, 나는 날마다 서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니 그렇지 않은가 말이다.

 

오늘은 7월 첫 주일이다. 큰 딸과 셋이서 예배를 드렸다. 성경 이사야58:6~12절을 읽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금식이란 제목으로 설교했다.

 

내가 오래 전에 모 금식기도원에 간적이 있었다. 첫 번째 시간인데 설교를 하는 어떤 목사가 이 본문으로 금식이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하는 것이었다. 금식기도원이니까 당연한 설교제목이라고 생각했다.

 

그 설교자는 6절 앞부분의 내가 기뻐하는 금식은이라는 말씀을 완전히 빼 버리고, 금식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이라는 서론을 말한 후, “따라하세요. 금식은 흉악한 결박을 풀어 주고,” 아멘입니까? “금식은 모든 멍에를 끌러 줍니다. 믿습니까?” “압제 당하는 자를 자유하게 합니다.” 아멘. “모든 죄의 멍에를 꺾어 줍니다.” 할렐루야.

이렇게 택스트(text)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설교?를 하면서 성도들에게 쑥물을 먹이고 있었다. 나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그 자리에게 뛰쳐나온 적이 있었다.

 

예수님께서도 마6:16절에 말씀 하셨지만, 우리 하나님이 기뻐하는 금식은, 외식(外飾)하며 하는 금식이 아니라, 정말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금식이 마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의 방법인양 말하고, 생각하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 목회자들 중에도 나는 매 주 한 번씩 금식을 한다고 자랑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나는 40일 금식을 몇 번 했다는 것을 훈장처럼 달고 다니면서 뽐내는 것을 보기도 한다. 그렇다고 나는 절대로 금식 무용론 자는 아니라는 것을 밝혀 둔다.

 

그러나 하나님이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서 말씀하고자 하는 핵심은, 너희들이 밥을 굶는 금식을 한다고 자랑들을 하고 있는데,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금식은 그런 금식이 아니라, 흉악하게 결박당하고 있는 자들을 풀어 주는 것이고, 사람들이 메고 있는 여러 가지 멍에를 끌러 주는 것이며, 압제 당하는 자들을 자유하게 하는 것이라고 하시는 것이다.

 

그 외에도 몇 가지 더 언급하고 있는데, 주린 자에게 양식을, 유리하는 빈민을 집으로 들이며, 헐벗은 자를 입히며, 골육의 아픔에서 도피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리하는 자에게 대한 보상을 요약하면, 네 빛이 새벽빛같이 될 것이며, 치유가 신속할 것이며, 하나님의 영광이 네 앞뒤를 호위할 것이며, 네가 부를 때 응답할 것이며, 물댄 동산 같고, 물이 끊어지지 않는 샘 같게 하실 것(10~11)이라고 하신 것이다.

 

하나님이 기뻐하는 금식은 육체를 괴롭게 하는 금식(禁食)이 아니라,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원하시는 일을 행하는 것임을 알고, 그 뜻을 실천하여 물댄 동산과 같은 복과, 물이 끊어지지 않는 샘의 축복에 동참하시기를 간절히 빈다.

 

오늘은 아내가 예배시간 내내 깨어 있었다. 오늘도 여전히 아내에게 해줘야 할 것들이 많다. 하루 세끼 식사를 콧줄로 주입해주는 것과 대소변 치워주기는 물론이고, 얼굴과 손발, 그리고 밑 씻기기, 칫솔질 해주기, 마사지 해주기, 얼굴에 크림 발라주기, 손톱발톱 깎아주기, 머리 이발해주기, 옷 갈아입히고, 팔다리 운동시켜주기와 휠체어 태워주기, 차 태워서 산책하기 등등 하루해가 짧다.

 

이런 것들 중에 몇 가지라도 아내가 건강했을 때 좀 해 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후회가 앞선다. 아내는 지금 내가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허탈감이 찾아든다. 그러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좋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무엇이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후회 없이 다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Posted by 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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