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로 굽이돌아 덕동에 다다르니

용계정이 옛 선비의 단아한 자태로

계곡 암반 위에 앉아 세월을 헨다.

 

속이 썩을 대로 썩은 와향(臥香)은

석고 땜질에 허리 보호대까지 하고

쌍지팡이 짚고 가로 누었다.

 

아직도 할 일이 남았는가!

늦둥이라도 보고 싶은가!

백 년을 견뎌온 노공(老公)이 서럽기만 하구나.

 

* 와향(臥香) : 향을 바로 세우지 않고 비스듬히 눕혀서 피우는 데서 유래됨.

* 용계정 : 포항시 북구 기북면 덕동문화길 26.

* 노공(老公) : 벼슬을 그만둔 늙은이, “쇠하여 썩음”의 뜻인데 와향을 말함.

                                                                          용계정의 와향

용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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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라고는

아프다. 슬프다. 죽겠다는 소리뿐이라

홀로 외로워 분옥정 탐방에 나섰더니

옥비녀 곱게 꽂은 아낙이 고즈넉이 앉아

옷고름 입에 물고 방긋 웃는다.

 

치마폭 따라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엔

임이 속삭이던 사랑가도 있고

“자장자장 우리 아기 / 자장자장 잘도 잔다.

뒷집에 송아지도 자고 / 앞집에 강아지도 자고

우리 집에 똥강아지도 잔다.”

엄마의 자장가 소리도 있다.

 

울 엄마의 자장가는 평안이었고

평생 잊지 못할 사랑이었기에

아쉬움의 눈물 한 방울 도랑물에 보탠다.

 

* 아낙 : (1) 부녀자가 거처하는 곳을 점잖게 일컫는 말. (2)‘아낙네’의 준말.

                 (포항시 북구 기계면 봉계리 소재 분옥정).

* 고즈넉이 : 세상과 떨어져 말없이 앉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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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좌산 자락을 돌아 오솔길 벗어나니

속세를 떠난 은둔자가 오도카니 앉아있다.

 

숫처녀 머릿결 같은 가지런한 담벼락엔

백일홍은 무슨 일로 연지를 찍었는가!

 

추녀는 옛날 선비 콧수염 같고

살며시 치켜올린 무녀의 치맛자락 같네.

 

청마루엔 고고한 선비가 앉았고

동녀들 코고무신 발소리도 조신하구나.

 

노송은 유령처럼 은둔자를 지키는데

백 년을 견디고도 이리도 꼿꼿한가!

 

눈비 맞은 은둔자는 홀로 외로운 데

도랑물은 무슨 일로 울며 흐르는고!

 

* 은둔자 : 봉강재(포항시 북구 기계면 봉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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