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좌산 자락을 돌아 오솔길 벗어나니

속세를 떠난 은둔자가 오도카니 앉아있다.

 

숫처녀 머릿결 같은 가지런한 담벼락엔

백일홍은 무슨 일로 연지를 찍었는가!

 

추녀는 옛날 선비 콧수염 같고

살며시 치켜올린 무녀의 치맛자락 같네.

 

청마루엔 고고한 선비가 앉았고

동녀들 코고무신 발소리도 조신하구나.

 

노송은 유령처럼 은둔자를 지키는데

백 년을 견디고도 이리도 꼿꼿한가!

 

눈비 맞은 은둔자는 홀로 외로운 데

도랑물은 무슨 일로 울며 흐르는고!

 

* 은둔자 : 봉강재(포항시 북구 기계면 봉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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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더위가 기승인 해거름

나 홀로 산책에 나섰더니

한낮 햇살에 달궈진 열기가 찜통이다.

 

아카시아 이파리로 풀피리 부니

향긋한 풀 내음 상쾌도 하고

소몰이하던 소싯적 생각이 난다.

 

하마 들녘은 황금물결 이루고

마가목 열매는 연지곤지 찍었는데

보조개 없는 무궁화가 활짝 웃었다.

 

폭죽놀이, 배기가스, 오염물질 배출로

기후 온난화에 한몫한 인간들인데

덥다, 춥다, 호들갑 떠니 가소롭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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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도를 오르내리는 불가마 속에서

선풍기 에어컨에도 숨 할딱였는데

입추 지나고 나니 더위도 한풀 꺾이나 보다.

 

뒤척인 밤 아쉬운 눈 비비고 일어나니

바지런한 농부들 하마 벌써 일었는지

농약 살포 기계 소리 온 동리에 퍼진다.

 

이양기 소리 멈춘 지 그저께 같은데

출수한 벼들은 고개를 숙이고,

알알이 맺힌 땀방울 영걸어 간다.

 

돌핀이란 걱정덩어리 무사히 지나갔지만

연이어 찬홈과 페이러우 올라온다니

1년 농사 망칠까 걱정이 태산이다.

 

십중팔구는 일본 열도가 막아 주지만

그래도 하늘이 하는 일 모를 일이라

등 굽은 농부들 허리 펼 날 언제 올는지!

 

* 돌핀 : 202613호 태풍.

* 찬홈 : 202615호 태풍.

* 페이러우 : 202616호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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