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좌산 자락을 돌아 오솔길 벗어나니
속세를 떠난 은둔자가 오도카니 앉아있다.
숫처녀 머릿결 같은 가지런한 담벼락엔
백일홍은 무슨 일로 연지를 찍었는가!
추녀는 옛날 선비 콧수염 같고
살며시 치켜올린 무녀의 치맛자락 같네.
청마루엔 고고한 선비가 앉았고
동녀들 코고무신 발소리도 조신하구나.
노송은 유령처럼 은둔자를 지키는데
백 년을 견디고도 이리도 꼿꼿한가!
눈비 맞은 은둔자는 홀로 외로운 데
도랑물은 무슨 일로 울며 흐르는고!
* 은둔자 : 봉강재(포항시 북구 기계면 봉계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