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유감. // 황우 목사 백낙은.

 

가정의 달인 오월을 보내면서 아쉬운 것이 하도 많아 필을 들었다. 가정의 달이라고 이름은 붙였지만 이미 가정다운 가정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인 것 같다.

요즘 많은 가정이 숙박소로 변했거나 식당으로 변했으며, 가족 모두가 뿔뿔이 독방에서 감옥살이를 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옛날 우리가 어릴 때만 해도 가정이라고 하면 한 가문을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했고 그 유대는 실로 놀라웠다. 한 가정에 2~3세대가 함께 사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렇게 대가족이 함께 살다 보니 자연적으로 함께 어우러져 사는 법도 배우고, 자기 위에 어른이 계신다는 것도 알고, 어른 공경하는 법도 배우면서 자랐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하나만 낳아서 오냐 오냐 키우다 보니 자기밖에는 모르고 자란다. 자기를 낳아서 키워준 부모까지도 자기 하인 취급을 하고, 무식하다고 생각하거나 구세대 사람이라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방에 들어가 문을 닫아걸고 자기만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옛날 대가족제도에서 배울 수 있었던 부모공경, 형제 우애, 인내와 희생정신, 감사와 사랑 같은 소중한 가치를 배우지 못하고 사는 것 같다. 아니 배울 기회가 없으므로 오늘날 이 사회와 가정이 막장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라 여긴다.

그 원인이 어디 있을까? 물론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몇 가지만 열거하라면

그 첫 번째로 문화의 변천이라 하겠다.

 

옛날 우리가 자랄 때는 농경문화의 배경에서 자랐지만, 산업사회로 변천해 감에 따라 변화는 불가피하였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물질 만능과 향락문화에로의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하여, 우리 사회가 끝까지 간직했어야 할 가정의 중요성을 너무 빨리 잃어버린 것이다.

 

오늘날 가정들이 와해되는 여러 요인 중에 또 하나는 매스컴에서 앞다투어 제작 방송하는 막장드라마를 들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남녀관계를 엮어 놓는가 하면, 별의별 불륜을 여과 없이 보여 주곤 하지 않는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 해도 이런 막장 드라마로 말미암아 알게 모르게 가정들이 파괴되고, 황혼 이혼이 늘어나는 데 일조를 하는 것이라 여긴다.

 

그리고 가정이 파괴되는 또 하나의 원인은 개인주의에 따른 방 문화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남녀노소가 지니고 있는 핸드폰과 각종 게임은 인간관계와 가족관계를 사막화시키고 있는 듯 보인다.

 

그뿐 아니라, 우리 어른들이 어른스러움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버이라는 존경스러운 단어가 요즘 들어와서 혐오스럽게도 일당이나 받고 꼭두각시처럼 권력의 하수인 노릇이나 하는 신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모두 다 열거하기는 곤란하지만 어떻든 우리 사회는 지금 가정이 와해되어 가는 중이다. 이런 사실은 우리 사회의 멸망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우리가 모두 명심해야 할 일이다.

 

가정이 붕괴되니까 각종 범죄가 우후죽순처럼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아비가 딸을 범하기도 하고,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해치는가 하면, 또 자식이 부모를 학대하거나 쓰레기처럼 유기하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그뿐이 아니다. 이 시류에 맞춰서 여기저기에서 생기고 있는 노인보호시설들이 어쩌면 노인격리시설로 변하고, 현대판 고려장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생기기도 한다.

동방예의지국이란 우리 한국가정이 자꾸만 콩가루 집안이 되어 가고 있어 어쩌다가 이 모양이 되었는지 생각할수록 한숨만 나온다.

 

이제 너와 나를 막론하고 정치지도자들이나 모든 학자와 전문가들, 그리고 우리가 모두 망가져 가는 가정들을 어떻게 하면 다시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여긴다.

 

인터넷에서 보았지만, 그것도 어버이날에 가슴에 카네이션을 단 노인이 무료 급식소에서 급식을 기다리는 처량한 모습과, “꽃 한 송이나 전화 한 통으로 퉁 칠 생각 하지 마라.”는 현수막이 나부끼는 현실이 나를 몹시 슬프게 하고 한국의 장래를 어둡게 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Posted by 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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