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허파. // 황우 목사 백낙은.
홍수처럼 밀려가는 자동차 꽁무니에서
검은 두루마기 걸친 저승 암살자
스멀스멀 기어 나와 너풀거리니
음산한 기운 온 산천을 감싸 돈다.
문밖출입도 게름 직하여
검은 안경 코에 걸고
마스크로 입을 가려보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지니 누굴 탓하랴.
니코틴 가득한 검은 허파는
미세먼지와 찜통더위에
오뉴월삼복의 검정개처럼
혓바닥 길게 빼물고 헐떡인다.
어린 시절 그 청명한 가을하늘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
산모롱이 돌아드는 푸른 바람
그리움에 소로시 눈을 감는다.
* 스멀스멀 : 살갗에 작은 벌레 따위가 자꾸 기어가는 것처럼 근질거린다.
* 검은 허파 : 지구의 허파인 산야가 병들어 신음하고 있다.
* 소로시 : “살며시”, “얌전하게”의 뜻.
* 시작 노트 : 무분별한 난개발과 도로에 차고 넘치는 자동차의 매연, 각종 미세먼지로 인하여 인간들이 병 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