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일.

카테고리 없음 2021. 12. 27. 10:17

* 내가 만일.            = 황우 목사 백낙원 =

 

내가 만일 애타는 한 가슴을 (에밀리 디킨슨)
                                                 
내가 만일 애타는 한 가슴을 달랠 수 있다면
내 삶은 헛되지 않으리라.
내가 만일 한 생명의 고통을 덜어주거나
한 괴로움을 달래주거나
또는 힘겨워하는 한 마리의 로빈새(안락새)를 도와서
보금자리로 돌아가게 해 줄 수 있다면
내 삶은 정녕 헛되지 않으리라.

 

이 시를 쓴 에밀리 디킨슨은 미국 최고의 여성 시인으로 손꼽힌다. 디킨슨은 매사추세츠주 애머스트청교도 가정에서 태어났다. 칼뱅주의적 정통주의의 영향을 받은 그녀는 자연과 사랑 외에도 청교도주의(퓨리터니즘)를 배경으로 한 죽음과 영원 등의 주제를 많이 다루었다. 에밀리 디킨슨은 평생 살던 고향마을을 떠나지 않고 독신으로 지냈으며, 청교도답게 매우 검소한 삶을 살았다고 전한다.

 

어떤 사람은 그의 시풍을 강렬하고 선이 뚜렷한 정신력을 모태로 타의 모방을 불허할 만큼 군더더기 없이 엄정하면서도 간결. 압축적인 시풍을 형성했다.”고 평가하기도 하고, “열정의 용광로에 녹이고 담금질에 단련을 거듭하여 한 자루의 보검을 만들어 내듯완벽지향적인 시를 추구하였다.”고도 말했다. 그렇다. 그녀의 시는 단순하면서도 송곳처럼 폐부를 찌르는 듯한 예리함이 있다.  

 

이 한 편의 시를 보아도 그녀가 얼마나 고통당하는 이웃의 아픔을 달래 주려고 애썼는가를 가히 짐작게 한다. 이 시인에게 있어 힘겨워하는 로빈새가 과연 누구였을까? 직장을 잃고 노숙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길거리를 방황하는 청소년들일 수도 있으며, 돌보아 주는 이 없는 고아나 과부, 그리고 소외된 장애인들과 노인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지극히 작은 로빈새에게 조그마한 힘이라도 되어 줄 수 있다면, 그의 삶은 정녕 헛되지 않다고 고백한 것을 보면, 그녀의 삶이 온통 로빈새, 즉 불우한 이웃들에게 관심하는 삶이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 혼자로서는 일어서지 못하는 이들에게 지팡이가 되어 줄 수 있다면, 길을 잃은 청소년들에게 이정표가 되어 줄 수 있다면, 보금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품이 되어 줄 수 있다면, 앞을 보지 못하는 이들의 눈이 되고,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의 다리가 되며, 말 못 하는 이들의 입이 되어 주는 삶이야말로 얼마나 보람된 생이겠는가 말이다.

 

그렇다고 그녀의 관심이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님엔 틀림없다. “한 생명이라는 표현 속에는 모든 만물을 다 아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볼 때 그의 품이 얼마나 넓고 따뜻했는가를 가히 짐작게 하는 것이다.

 

오늘날도 디킨슨이 보았던 그 로빈새들이 지친 날개를 접고, 그늘에서 신음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러나 그 모든 로빈새들을 돌보거나 도울 수는 없다. 그래서 디킨슨은 한 가슴” “한 생명” “한 마리라고 하여 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였다. “이라는 것은 결코 거창한 데서부터 출발하지 않는다.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예수님이 온 인류를 향해 십자가에서 팔을 벌린 것처럼 이 시인이야말로 정말 가슴이 따뜻하고 넓은, 행복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왜냐하면, 그가 사랑하고 달래 주려고 노력했던 그 지극히 작은 소자 하나하나가 모두 우리 주님이시기에 더욱더 그러하다. 언젠가 우리 주님이 오실 때 잘하였도다. 착하고 신실한 종아!”라고 칭찬하실 뿐만 아니라, 그 우편에서 영원한 영광을 누릴 것을 약속하셨기 때문이다. 이 추운 계절에 크리스천들도 우리 주변 그 어디에 그늘에 앉아 있는 한 로빈새가 없는지 주위를 살펴볼 때라 여긴다.

 
Posted by 삼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