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들의 고추말리기.
출입문 들어서니 늙은 늑대가
어서 오십시오 하고 인사를 한다.
여기저기서 묶은 털옷을 훌훌
벗어재끼는 늑대들이 보인다.
그 안에는 깡마른 늑대도 있고
오동통한 늑대도 있지만
배불뚝이 늑대가 창을 하며
발랑 드러누워 고추를 말린다.
앞산 계곡에 매달린 연장이
늘어져 위태로운 늑대,
굴참나무에 겨우 달라붙은
참 매미 같은 연장도 보인다.
하나같이 우중충한 물건들 사이로
냉탕에서 어린 늑대들이
깔깔대며 수영을 할 때면
늑대들 시선집중에 화기가 돈다.
여기저기 시커먼 국수가닥이 떠돌고
제3의 수도꼭지에서는
노란색의 액체가 주르르 흘러
비누 거품과 함께 사라져 간다.
칫솔질을 하며 궥궥 거리는 늑대,
물 틀어 놓고 볼일 다보는 늑대,
도구를 널어놓기만 하는 늑대도 있고
깔끔하게 뒷정리 잘하는 늑대도 있다.
늑대들의 탕(盪)에는 오늘도
연장들의 패션쇼로 하루가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