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투마리에 감긴 세월. // 황우 목사 백낙은.
덥다는 핑계로 두어 달 만에
앞산 마루 산책길에 나서니
소슬바람 나뭇가지 흔들고
억새꽃 살랑살랑 가을을 노래하네.
오뉴월 땡볕에 모진 가뭄 이기고
어렵사리 꽃 피운 지 어제 같은데
밤송이도 어느새 토실토실 벙글고
이름 모를 잡초들 씨방이 봉긋하다.
립스틱 짙게 바른 싸리 꽃
모가지 길게 빼고 임 기다리는데
하릴없는 뜬구름 무정세월 노래하니
도투마리에 감긴 세월 서럽기만 하구나.
* 벙글다 : “소리 없이 벌어지는”, “함초롬히 피어나는” 등의 뜻을 가진다.
* 도투마리 : 베를 짤 때 날실을 감는 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