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두레 공동체에선 멍석말이라는 형벌 제도가 있었다. 마을의 규례나 모듬살이를 저해한 사람에게 주는 벌인데, 마을 회관이나 공터에 그 사람을 불러 놓고 멍석으로 둘둘 말아 감싼 다음 불특정인이 몽둥이로 두들기는 벌이다.

 

그러나 이 멍석말이엔 숨겨진 비밀이 있다. 멍석의 구조상 신체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으면서 소리를 요란하게 하여 구타를 당하는 사람이나 주위에서 듣는 사람들이 죄를 지어선 안 된다는 경각심을 유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맞는 사람이 크게 다치지는 않게 하는 경고성 벌이라는 말이다.

 

또 멍석말이를 당하는 사람은 자기를 때리는 사람이 누군지도 볼 수 없게 할 뿐만 아니라, 치는 사람도 온 동네 불특정 다수가 동참하기 때문에 보복의 악순환도 생기지 않게 한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만약 자기 아들이 멍석말이를 당하면 그 부모도 자기들이 다하지 못한 자녀교육을 두레 공동체가 나서서 대신하는 것이기 때문에 함께 매질에 동참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말과 행동이 막된 그 망나니를 온 동네가 자기 자녀처럼 멍석말이에 동참하여서 두레 공동체의 기강을 세운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도 멍석말이를 좀 했으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극상으로 난리가 난 체육계에도 멍석말이가 필요한 자들이 있는 것 같다. 그 사람이 미워서라기보다, 그 인성을 바로 잡아 주어 창창한 앞길에 큰 교훈이 되기를 바람에서다.

 

그리고 요즘 교육계도 말이 아니다. 학교 선생님이 학생들의 협박에 위해(危害)를 당할까 봐 두려운 나머지 방탄복을 밉고 강단에 오른다는 기사도 보았다, 그뿐이겠는가! 정치계도 이 나라의 장래를 위해 멍석말이를 했으면 하는 사람들도 많은 듯하다. 내로남불을 일삼거나, 위아래도 없이 입만 살아서 나불대는 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오는 4월 총선에서 아주 잘 살펴서 걸러 내야 할 사람을 걸러 내는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아울러 오늘의 교도행정도 형을 받고 나온 사람들의 재범률이 많은 것을 보면, 형벌 위주의 제도보다는 교도 위주의 정신과 제도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Posted by 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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