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시인이랍시고. // 황우 목사 백낙은.
내게 시인이라는
딱지가 붙은 지
수년이나 되었지만
혼(魂)도 넋도 없는 시
출산마다 칠삭둥이라 허허롭다.
현대 시라는 핑계로
온갖 별종의 시어들이
시류를 교란하는 오늘
난해(難解)의 수렁이니
독자들이야 오죽할까
물속의 잡어(雜魚)들
뭍에 나와 할딱거리고
돌연변이 시어들 춤을 추는데
그래도 시인이라 불러주니
저승의 김삿갓이 하품하겠다.
* 칠삭둥이 : ① 밴 지 일곱 달 만에 태어난 아이.
② 어리석어 바보 같은 사람을 조롱하는 말.
* 허허롭다 : 실속 없이 허전하다.
* 김삿갓 : 본명은 김병연. 조선 철종 임금 때 장원급제까지 했으 나 조부를 욕했다는 이유로 하늘을 보지 않기 위해 평생 삿갓을 쓰고 전국을 떠돌며 살았던 방랑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