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 황우 목사 백낙은(원)
살랑살랑 곰살갑게 춤추며 다가와
땅속에서 잠자는 개구리 깨워놓고
진달래 간질어서 꽃단장 시켜놓고
구중심처 아가씨들 봄바람 내놓고
굴참나무 이파리 춤추게 해놓고
아지랑이 모락모락 향불 피워놓고
아카시아향기 아련하게 흩어놓고
벌 나비 열심히 꿀 따게 해놓고
산천초목 울긋불긋 채색해놓고
오곡백과 주렁주렁 맺히게 해놓고
감나무에 까치밥 대롱대롱 달아놓고
사내 맘 흔들어 잠 못 들게 해놓고
산야(山野)의 초목들 오색물감 뿌려놓고
고운 단풍잎 우수수 낙엽지게 해놓고
하얀 눈 체질해 천지강산 덮어놓고
산골짝 계곡물 더더귀더더귀 얼려놓고
바람아! 너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나
설레발이만 치지 말고
제발 옛 임 소식이나 전해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