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암(砂巖)위의 문명.(꽁트) // 황우 목사 백낙은(원).
나도 가끔 꿈을 꾼다. 하지만 꿈의 효능을 믿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꾼 꿈은 항상 개꿈이었기 때문이다. 돼지꿈이나 똥 꿈을 꾸면 대박이 난다고 해서 몇 번 복권을 산적도 있지만, 그때마다 허탕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한 내가 어느 날 꿈속에서 깊은 산길을 걷다가 길을 잃고 말았다. 이리저리 헤매다가 천 길 낭떠러지에서 떨어져서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밝다는 말로는 다 표현하기 힘든 광명이 나를 에워싸고 있었다. 수많은 원시림 사이로 눈부신 하얀 햇살이 스며들고, 천사들의 날갯짓인 양 운무가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운무가 걷히고 나니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야말로 황금빛 세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 세상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수려한 자연과, 화려한 건물들이 어우러진 선경(仙境)이었다. 무릉도원(武陵桃源)과도 같이 세속을 떠난 별천지였다.
이 도시 어디를 가든지, 누구나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자고 싶은 대로 자고, 자기 멋대로 놀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었다. 그래서 많은 젊은이가 끼리끼리 모여서 먹고 마시고 춤을 추면서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이상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요즘 세대들이 좋아하는 쓰리에스(Three S), 즉 섹스(sex), 스포츠(sports), 스피드(speed)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환경이 고루 갖추어져 있었다. 젊은이들이 사흘이 멀다고 섹스(sex) 상대를 바꿨으며, 모두가 스포츠(sports)광이 되어, 각종 스포츠를 위한 시설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고 있었다. 그리고 잘 뚫린 도로엔 그 어떤 규제(規制)도 없었다. 모두가 어디에서나 스피드를 즐기면서 광란의 질주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도시 전체가 사암(砂巖)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이다. 제법 단단한 바위 같아 보이지만, 사질(沙質)이어서, 새가 부리로 쪼아 동굴 집을 짓기도 하고, 사람들의 호미질에도 무너지는 지질구조였다.
젊은이들이 장난삼아 남의 집 기초를 파서 그 집을 위태롭게 하지만, 꾸짖는 사람도 없을 뿐만 아니라,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도 없었다. “내일 삼수갑산(三水甲山)을 가리 삼아도 오늘 먹고 마시고 즐기자.”는 심산인 것 같았다.
역사 이래로 우리 인간이 꿈꾸어 오던 유토피아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지만, 모두가 얼빠진 사람처럼 아무도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문명 도시에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는 것이 한 가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희망”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내 꿈이 개꿈이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