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거름이라 산책에 나섰더니
구름 조각들은 한가롭게 노닐고
그저께 심은 벼들이 하마 땅 내를 맡았다.
산천은 한껏 푸르름을 머금었고
황새는 먹이 찾아 목을 길게 빼고
두리번거리며 성큼성큼 논두렁을 거닌다.
오솔길엔 산딸기, 오디(桑實)가 지천(至賤)이라
어릴 적 생각하고 몇 개 따 입에 넣었더니
오묘한 단맛에 행복한 웃음이 절로 난다.
오디를 입가에다 묻히고 자랑했던
어린 시절이 어제께 같은데
어언 그 세월이 여든 해를 넘겼구나!